안녕하세요, 결혼 1년 차 부부 가레쓰&혜민 부부예요. 90년대에 지어진, 오래되고 오래된 주택에서 지내고 있어요.
이 부부의 이야기
저와 남편은 제가 잠시 런던에 갔을 때 만났어요. 영국인인 가레쓰는 영국에, 한국인 혜민은 한국에서 지내야 했기에 잠시 동안만 ‘단거리 연애’를 하고, 제가 귀국한 이후로 4년 동안은 ‘장거리 연애’를 했죠. 그러다 2019년에 남편이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가족과 친구도 없는 곳으로요.
저희는 1년을 더 사랑하다가 2020년 봄에 혼인신고를 하기로 하고, 부부가 되었어요. 이게 저희 부부의 독특하다면 독특한 사연이랍니다.
90년대 감성이 담긴 K-주택
저희가 신혼집으로 고른 곳은 아주 낡은 집이었어요. 짙은 천장에, 중문에, 중후하고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했죠. 하지만 이 집을 고른 건 저희가 빈티지 마니아라서가 아니었어요. 구조가 아주 괜찮았거든요.
우리 부부에게 맞는 집
저희가 생각했던 건 먼저 야외 공간이 있는 곳이었어요. 거기에 침실과 거실은 충분히 넓었으면 했죠. 그런데 이 집이 딱 그랬어요. 심지어 위치한 동네는 한적하면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고, 아파트였다면 어려웠을 평수(30평)의 집이었죠. 오래된 집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시야를 넓혀보세요!
지금 이 시기, 아마 많은 분들이 신혼집을 알아보고 계시겠죠? 원하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집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고 계실 거예요. 1년 정도 먼저 집을 구하게 된 저희 부부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시야를 넓혀보세요!”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주거 공간까지 범위를 넓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선택지를 넓힐 수 있어요. 또 아파트를 포기하면, 오히려 다른 조건을 충족하는 집을 얻을 수도 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저희도 아파트만 고집했다면, 이런 좋은 동네의 넓은 집은 얻지 못했을 것 같아요. 모두 마음에 드는 멋진 신혼집을 얻게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나의 2년에 투자하다
저희는 이 집을 전세로 얻었어요. 자가가 아니라 그런지, 시공에 제약도 참 많았는데요. 제약이 없더라도 ‘우리 집’이 아니다 보니 큰돈을 투자하기가 아까웠어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여긴 ‘우리가 2년 넘도록 몸담을 집’이라는 거요. 그렇게 누리고 싶은 게 있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은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좋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죠.
선택과 집중으로
전셋집 고치기에서 저희가 유념한 건 ‘선택과 집중’이었어요.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오래된 타일이나 세면대가 아쉬워도, 수전이나 선반을 교체하는 정도로 만족했죠. 또 많이 낡았던 주방은 남편이 직접 나무 문을 제작하고 교체하며 저렴하게 리모델링을 했어요. 단적으로 주방 시공에 사용된 돈은 100만 원 정도인데,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래 지낼 집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금액이기도 했고요.
오래된 집에 모던을 더해
이 집엔 나무 천장이나 나무 문, 주방 중문 등 오래된 주택의 특징이 많았어요. 가구나 소품에 따라 올드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저희는 그걸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 처음부터 컨셉을 정하고 꾸몄던 것 같아요. 빈티지에 심플과 모던을 더하자고요. 덕분에 집은 한국식이지만, 외국 집과 비슷한 무드가 나는 오묘한 공간이 완성되었어요.
거실
90년대의 레트로한 감성이 그대로 녹아있던 거실, 저희는 이곳을 좀 더 밝히고 모던함을 더했어요.
색감과 시야를 고려하며
거실의 가장 큰 특징은 천장과 부엌 중문이에요. 자체의 문양이나 형태가 특별한 만큼, 인테리어를 할 땐 색감과 시야를 최대한 고려했는데요. 어두운색의 천장이 낮아 보이지 않도록 벽지는 밝은 크림색으로, 가구들은 모두 높이가 낮은 제품으로 선택했어요.
가전까지 녹아들도록
거실에 TV와 에어컨은 필수였지만,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는 게 문제였어요. 고민을 하다가 간살 파티션을 떠올렸고, 가볍게 연출된 원목 가구로 가전의 주변을 꾸몄어요. 자세히 보시면 파티션과 TV장의 모습이 비슷해요.
직접 만든 가구
이 파티션과 TV장,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면 믿겨지시나요?
남편은 에어컨은 가리면서 바람은 막지 않도록 가구를 설계하고, 전체적인 컨셉을 짰어요. 바로 이렇게요!
이게 남편이 만든 거실 가구의 디테일한 실물이에요. 저희 집 거실의 시그니처가 되어 심플하면서도 멋스러운 무드를 풍기며, 자리를 지키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남편의 작품은 계속 등장할 텐데 기대 많이 부탁드려요!
주방
세월감이 느껴지던 주방, 이곳을 바꾼 데에는 남편의 공이 정말 컸어요. 낡아 보이던 상하부장의 문짝을 남편이 모두 바꾸어 달았거든요.
차선으로 최선을
원래는 주방을 모두 고치고 싶었어요. 오래되어 문짝이 죄다 어긋난 싱크대와 거대한 보일러 수납장까지… 말 그대로 답이 안 나왔거든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차선으로 최선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싱크대 문만 원목 문으로 바꾸어 달기로 한 건데요. 거기에 더해 원래 있던 싱크대 상판의 색과 같은 검은색 철제 손잡이를 달자 지금의 공간이 완성됐어요. 이전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모던해졌죠.
답답하던 보일러 수납장은 아예 떼어버렸어요. 그리고 앞쪽으로 루버창 스타일의 문을 달았답니다. 아래쪽엔 하부장을 만들고 자주 사용하는 가전을 보관하고 있는데, 실용적이기도 하고 한층 정돈된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요.
욕실
욕실에는 큰 변화가 없었어요. 선반이나 수전 등만 바꿨죠. 전셋집이라, 큰 공사를 할 수 없었으니까요. 대신 남는 자리에 욕실 수납장을 두고 실용성과 미감을 살렸어요.
드로잉, 현실이 되다
이 수납장은 한 장의 드로잉에서 시작되었어요. 위에 있는 그림은 실제로 제가 욕실에 두면 좋을 것 같은 가구를 상상하며 그린 도면이에요. 문을 2/3만 닫히게 하고, 전체적으로 오픈 스타일로 사용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디자인했어요.
그렇게 완성된 수납장의 모습이에요. 간살 디테일에 양옆이 막혀있는 게 아니라 큰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욕실이 답답해 보이지 않아요. 수납장의 위로는 디퓨저와 그림을 올려 욕실의 무드를 살렸어요. 이렇게 보니 서투른 디자인으로 멋진 작품을 완성해 준 남편이 새삼 대견하네요.
남편의 가구, 좀 더 보여드릴게요
지금까지 저희 집의 곳곳을 소개했어요. 저희 부부의 취향이 살아 숨 쉬는 거실과 주방, 그리고 욕실을 보여드렸는데 아직 소개하지 못한 공간이 많네요. 더불어 아직 공개하지 못한 남편의 작품도 많고요.
좀 더 넓은 지면을 빌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소개하려고 해요. 남편의 작업실과 발코니까지 좀 더 자세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준비했으니까요, 남편의 작품이 더 궁금하시다면 다음 집들이로 놀러 와보세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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