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살과 6살 딸아이를 둔 워킹맘 전수옥이에요. 뤼미에르 블라인드의 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집에서는 다섯 식구가 살고 있어요. 남편, 딸 둘, 반려묘 코코와 저까지요. 평소엔 청소를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의 가구를 재배치하며 시간을 보내곤 해요.
핀 율을 아시나요?
저는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아트페어에 다니길 좋아해요. 그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은 컬렉팅을 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작가나 디자이너를 만나다 보면, 가장 마음에 와닿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제게 그런 디자이너는, 바로 ‘핀 율’이었어요.
핀 율 디자이너는 덴마크 디자인의 아버지예요. 미드 센추리 모던 시기를 이끌어 간 주역이라고도 할 수 있죠. 덴마크의 국왕이 앉는 의자인 ‘치프테인’를 디자인한 분으로도 유명하답니다.
저희 집은 그런 핀 율 디자이너의 작품을 담은 하우스 오브 핀율이라는 공간을 모티브로 해서 꾸며졌어요. 그래서 별명도, 스몰 핀율 하우스죠.
오늘 저의 집들이에 와주신 분들이, 핀 율 디자이너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라요.
‘인테리어’란 동선이죠
저희 집을 보여드리기 전, 저의 인테리어 배경을 먼저 알려드릴게요.
저희 집은 꼭대기 층에 있어, 다른 집보다 층고가 5cm 정도 더 높은 43평 아파트예요. 남편의 첫 직장과 가까워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햇볕이 잘 들어, 한 겨울에도 따뜻한 게 장점이랍니다.
사실 이 집은 처음부터 이렇게 감각적인 모습은 아니었어요. 처음 왔을 땐 첫째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 아이 물건밖에 없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거든요. 그러다 남편이 제주도로 내려가서 살자고 해서, 짐을 하나둘 버리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는 집이 조금 정돈되었죠.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다시 서울에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제주도에 가기로 한 계획은 무산되고, 이 집에서 더 오랜 세월을 보내게 되었죠.
그때부터였어요, 지금의 ‘스몰 핀율 하우스’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한 건!
인테리어를 하며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동선’이었어요. 인테리어를 한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차이는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동선대로 구성되어 있는가’인 것 같거든요.
보기 좋은 집도 좋지만, 사실 인테리어란 사는 사람의 삶을 담아야 하잖아요. ‘인테리어는, 동선이다’, 이 생각을 담아 공간을 구성해 보았어요.
핀 율이 살아 숨 쉬는 거실
그럼 거실로 들어가 볼게요. 갤러리 같은 느낌의 비비드한 색감이 두드러지는 공간이에요. 벽에 걸린 세 작품은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개념 미술 1세대 작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판화 작품이에요. 컬러풀한 색감으로 공간에 개성을 부여해요.
저희 집의 시그니처 뷰라고도 할 수 있는 거실 안쪽의 모습이에요. 가장 눈에 띄는 벽 선반은 제가 애정하는 핀 율 디자이너의 월 패널 시스템으로, 1953년 처음 소개된 후 2013년 리프로덕트로 재생산된 제품이죠.
이 선반은 책을 수납하기에도, 소품을 두기에도 편리하고 책상에 수납장 기능까지 겸해서, 제가 이 집에서 가장 아끼는 아이템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기능성과 미감을 함께 잡는 핀 율의 매력을 보여준달까요.
거실엔 앉을 자리가 두 곳 마련되어 있어요.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데이베드와, 한 사람만을 위한 의자 펠리칸 체어죠.
먼저 보여드리는 이 데이베드는 핀 율 디자이너는 아니고, 한스 웨그너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이에요. 수종은 오크이고, 원형 다리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가구는 데이베드인 만큼, 공간 활용 면에서 뛰어나서 좋아요.
1940년에 소개되어서 올해로 80년이 된 펠리칸 체어예요. 당시 핀 율이 매료되어 있던 모더니즘 미술이 잘 반영되어 있죠. 저는 최근에 양털에 벨벳 조합을 주문해서 받았는데, 소재와 함께 과감한 파란색이 두드러져 만족스러워요.
뒤편에 있는 그림은 네마냐니 콜라치라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에요.
| 딸들에게 남긴 자리
저희 집에서 자라나고 있는 두 딸의 모습이에요. 거실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놀이하고 있죠.
여긴 거실 큰 창문 앞에 꾸민 넓은 테이블 공간이에요. 아이들이 탁 트인 곳에서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가벽으로 아늑함을 만든 주방
거실과 주방은 가벽으로 분리되어 있어요. 최근엔 오픈형 주방도 유행이지만, 저는 주방 집기가 많은 주방의 모습이 바깥에서 보이는 게 싫더라고요. 또 식사 생활과 생활 공간을 분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벽을 시공했어요.
보시는 것처럼 문은, 아치형으로 세워 그 자체만으로도 포인트가 되어 주어요.
가벽 안쪽으로는 식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아늑한 다이닝 공간이 있어요. 주변에 크고 작은 그림을 여러 개 붙여두었더니 잔잔한 리듬감마저 느껴져요.
가운데에 있는 식탁은 르마블에서 구매한 원형 테이블이에요. 사각 테이블보다 소통하기도 편리하고 공간 활용도도 높아 만족스러워요. 포셀린 타일로 만들어져, 사용하며 신경 쓸 부분도 적고요.
의자는 핀 율 디자이너의 리딩 체어예요. 등받이 부분이 특이하게 생겼죠? 옆으로 앉았을 땐 팔걸이가 되고, 뒤돌아 앉았을 땐 책 읽기에 좋아 ‘리딩 체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네요. 겉으론 불편해 보일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앉았을 때마다 편하다고 극찬하는 가구 중 하나랍니다.
주방 구석에 있는 노란 가구는, 마지스 360도 컨테이너예요. 수납력이 좋아 가벽을 세우며 철거한 아일랜드 장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준답니다.
이른 아침, 제가 주방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향을 내는 거예요. 가죽이나 나무 향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향기가 언제나 집에 베여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침마다 명상하듯 이런 시간을 갖죠.
제가 사용하는 인센스는 파피에르다르메니의 페이퍼 인센스예요. 공기 정화에도 탁월하다고 해서, 열심히 사용 중입니다.
컬렉터의 작품이 모인 침실
다음으로는 침실로 가볼게요.
침실을 개성있게 채우는 침구는 직접 제작한 아이템이에요. 어느 곳에서 얻은 영감으로, 침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와 색감을 담아 독특한 구성을 가진 패브릭으로 제작했어요. 그 덕에 간편하면서도, 확실히 공간에 포인트를 줄 수 있었네요.
침대 아래엔 모로칸 스타일의 러그를 깔았어요. 침구와는 또 다른 화려함의 반전이 있죠.
침대 위에는 작품을 붙여두었어요. 같은 공간이라도, 작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느낌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그걸 언젠가 크게 느껴,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침실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을 붙여두고 있어요.
연결점을 만들며 꾸민 아이방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아이방이에요. 인테리어적으로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담는 곳이라 제겐 참 소중해요.
이곳엔 최근에 블라인드를 투톤으로 맞춰주었어요. 위쪽은 아이보리, 아래쪽엔 옅은 그린 톤을 담았죠.
인테리어엔 연결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블라인드에서 톤이 나누어지는 지점도, 임의로 설정하지 않고 아이방에 있는 수납장과 이어지는 높이로 맞춰 제작했어요. 덕분에 연관성 있는 인테리어가 완성되었죠.
아무래도 제가 하는 일이 블라인드와 패브릭 맞춤이다 보니, 소재와 창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나봐요. 그렇게 아이방에 이런 디테일까지 만들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도움이 되길 바라요
지금까지 저희 스몰 핀율 하우스를 보여드렸어요. 부끄럽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희 집을 살펴보시며, 핀 율이라는 디자이너에 대해 관심이 생기셨다면, ‘하우스오브핀율_서울’의 인스타그램을 한 번 구경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더 많은 핀 율 디자이너의 가구와 그로 채워진 공간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그럼 저는 이만 글을 마쳐볼까 해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들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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