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 2년 차 직장인 부부입니다. 주말엔 보통 둘이서 아들(고양이, 호섭, 9개월) 재롱을 보며 온전히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합니다.
호섭이는 삼 형제 중 제일 약했다는 막내인데 제가 2개월 차에 데려왔어요. 지금은 밥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집안 여기저기 점령하고 다녀요. 정말 사람 아가 하나 키우는 느낌이에요. 그렇지만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줄 때가 있지요. 시크하다 가도 무릎에 올라와 애교 부릴 때, 설거지하고 있으면 올라와서 쳐다보고 있을 때, 누워있으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잠잘 때 등등 호섭이 때문에 웃기도 많이 웃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집꾸미기를 시작한 계기는?
결혼하고 내 집이 생긴 것이 가장 큰 계기인 것 같아요. 연식이 있는 아파트에 들어와서 인테리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되고요. 이 집에 들어오기까지 1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많은 인테리어 자료를 수집하고 안목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반려묘를 키울 생각이 있었는데 고양이와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을 꾸미려다 보니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탁 트인 뷰의 우리 집
제가 살고 있는 집은 1994년에 지어진 27평 아파트입니다. 전형적인 판상형 구조로 방 3개, 화장실 1개, 거실과 주방, 앞뒤 베란다로 이루어져 있어요.
집 선택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탁 트인 뷰였어요. 내부는 제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할 생각이었지만 창밖은 제 의지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이전 집에서는 훌렁훌렁 벗고 집안을 돌아다니면 왠지 앞 동에서 보일 것 같은 느낌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지금 집은 확 트인 시야에 저 멀리 산도 보여서 아주 좋습니다.
인테리어 컨셉은?
저희 집은 꾸안꾸 느낌의 화이트 & 우드 하우스예요. 이 컨셉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건, 인테리어를 위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 덕분입니다. 이 집을 마련했을 당시 세입자가 살고 계셔서 입주 전 1년 동안 임시로 오피스텔 생활을 했습니다. 1년의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 인테리어 구상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예쁘게 집을 꾸미시는 분들을 소개하는 다양한 매체들이 있기 때문에 스크랩하며 참고했는데, 제 취향이 하나로 수렴되어 가고 있는 것을 느꼈어요. 화이트 바탕에 우드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집들이 예뻐 보이더라고요.
우드 간살 중문이 매력적인 현관
저희 집에는 크게 두 가지의 인테리어 포인트가 있는데요! 첫 번째가 바로 이 우드 간살 중문입니다. 고양이 때문에 설치했던 것도 있지만, 오래된 아파트라 단열시공을 잘 하더라도 웃풍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진행했습니다.
또 가벽을 세워 큰 창도 만들었습니다. 안쪽에서 중문을 열었을 때 기준, 왼쪽에는 허리 높이의 하프장을 설치해서 잡다한 공구, 너저분한 살림살이 감추는 용도로 쓰고 있고요. 오른쪽에는 아래를 띄워서 키 높이 정도 마련했습니다.
또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중문은 원목 제작이 아닌 나무 무늬 필름을 붙인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모양을 찾아 인테리어 사장님께 보여드렸고, 뚝딱 만들어 주셨어요.
현관 타일은 넓어 보이게 큰 조각의 베이지색으로 선택해 실용성보단 예쁨으로 갑니다. 덕분에 청소 부지런히 하며 살고 있어요.
확장으로 넓어진 우드톤 거실
현관으로 들어오면 바로 거실로 통합니다. 바로 앞이 낮은 아파트라 막히는 거 없이 저 멀리 산이 보여 좋았습니다. 그런데 양옆으로 날개벽이 있어 답답해 보였기 때문에 내력벽인지를 확인하여 철거하고 싶었어요. 또 좁은 구조라 베란다도 확장하기로 하였습니다.
거실 확장으로 넓어진 공간에 화이트 식탁을 두었어요. 주방에 두기엔 협소했기 때문도 있지만 밝은 채광을 받으며 홈 카페 하기 좋은 위치예요. 날 좋으면 좋은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그 분위기를 즐기며 홈 카페를 오픈하고 책도 보고 노트북도 하는 다기능(?) 공간입니다.
거실의 중심, 소파는 제가 원하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찾기 위해 두 달 동안 바닥 생활을 감수했습니다. 기다렸던 만큼 만족도도 아주 높아요. 꼭 갖고 싶었던 촤르르 커튼과 함께 집을 더 포근하게 해줍니다.
기분에 따라 액자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거실의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거실에만 액자를 걸 용도로 일부에만 레일을 설치했지만, 집안 곳곳에 레일이 박혀 있다면 벽 손상 없이 시계, 달력, 거울 등등 걸 수 있었을 텐데 더 달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참고하세요.
화이트 우드의 정석! 깔끔한 주방
주방은 전체적으로 원하는 분위기가 딱 있었어요. 역시 우드 & 화이트인데 상부장은 하얗게, 하부장은 우드 우드 한 걸 원했지요. 그리고 정방형 무광 타일! 요새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라 자료 찾아보기도 좋았어요.
싱크대 상판은 밝은 색상의 인조 대리석으로 했어요. 요새 칸스톤이라는 것도 많이 쓰시던데 여쭤보니 가성비엔 역시 인조 대리석만 한 게 없다고 하셔서 선택했습니다. 밝은 상판 덕에 더 열심히 닦고 광 내주고 있습니다.
가전들일 때 가스레인지냐 인덕션이냐 계속 고민하고 조언도 많이 들어보았지만, 결국 가스레인지를 선택했어요. 인덕션은 고양이 키우는 집에서는 위험하다고 하더라고요. 또 요새 인덕션 보면 화이트 색으로 예쁜 제품이 많이 나오던데 가스는 화이트가 잘 없었어요. 어찌어찌 찾아서 집에 어울리는 것으로 설치 완료했습니다.
가스레인지 밑 하부장에는 국자나 가위 등 각종 주방 살림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수납공간이 널널한 덕에 주방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에는 그릇장을 두었고 그 위에 제가 아끼는 신혼 살림템인 커피 머신과 오븐을 두었어요. 마치 한 쌍인 양 너무 잘 어울려서 보고만 있어도 뿌듯합니다.
아치형 입구가 돋보이는 드레스룸
주방 옆 드레스룸 입구는 이 집의 우드 간살 중문에 이은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아치형 문으로 디자인을 살리고 문 없이 노란 가림 커튼만 추후에 달았어요.
또 최근에는 고양이 때문에 방묘문을 설치했어요. 이쁘게 아치문을 만들고 방묘문 달 생각에 슬펐지만 최대한 깔끔하고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모양의 제품을 골라 달아주었습니다.
드레스룸은 오픈형으로 맞추었습니다. 한눈에 옷들을 보기 쉬워 편하지만, 먼지가 쌓이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요. 최대한 색깔 별로 옷을 걸고 옷걸이도 한 가지로 맞추니 더 깔끔해졌어요!
휴식에 집중하도록 꾸민 침실
침실은 최대한 가구를 줄여 침대, 화장대, 붙박이장 이렇게 세 가지 있습니다. 오직 잠만 편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을 원해서 가구도 최소한으로 들였어요.
그런데, 블라인드 선택에 실수가 있었네요. 인테리어 생각해서 고민도 안 하고 하얀 걸로 달았는데 여름에는 아침 6시부터 햇빛 때문에 강제로 눈이 떠집니다. 침실은 어느 정도 암막 기능 있는 것으로 선택하세요!
서재이자 냥이 공간으로 쓰는 작은방
서재이면서 동시에 고양이 방이기도 한, 공간 활용의 목적이 자꾸 바뀌고 있는 작은방입니다. 서재로 이름을 붙였으나 처음에는 남편의 운동기구로 꽉 찬 방이었어요. 전혀 제 머릿속에는 없던 공간 활용이었는데, 야옹이가 생긴 후 고양이 용품과 모래 화장실, 스크레처 등을 두어야 해서 운동 기구는 다 처분하고 고양이 방이 되었습니다.
예쁨에 실용성까지! 욕실
우선, 욕실 벽은 베이지와 웜 그레이로 투톤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바닥에서 허리 높이까지 웜 그레이 타일이 올라오도록 하고 윗부분은 베이지로 밝에 시공했어요. 더 세련된 느낌이에요.
또, 타일 매립형 조적 선반을 만들어 샤워 용품을 올려두었습니다. 선반은 높이 30cm 정도로 제작하니 웬만한 물건들은 다 둘 수 있고 부피가 큰 바디워시도 문제없이 들어갑니다. 한쪽 벽에 최대한 길게 매립 선반을 할까도 했지만 쓸데없이 이것저것 물건만 올려둘 것을 알기에, 컴팩트하게 필요한 만큼만 팠습니다. 너비는 대략 55cm 정도 되네요.
목문이 달린 베란다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앞뒤 베란다예요. 베란다 문은 목문 시공했습니다. 유리는 아쿠아 유리이고, 손잡이 하며 전체적으로 레트로 느낌으로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는 에어컨 실외기를 밖으로 빼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아파트마다 허가되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는데 그걸 생각 못 했습니다. 특히나 저희 집은 거실 쪽 베란다를 확장하는 바람에 실외기 둘 자리가 더 협소했어요. 그것 때문에 창고 문을 달 수 없었고, 대신 예쁜 가림 커튼을 알아봐 압축봉으로 달아주었습니다.
집 소개를 마치며
저희 집은 동향이에요. 해가 일찍부터 들고 일찍 사라지지요. 추워지는 요즘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것이 몸소 체험됩니다. 큰 베란다 창 저 멀리 보이는 산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데, 그 일출의 위치가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하다가 한겨울이 되면 그 일출조차 보이지 않아요. 그 덕에 생긴 습관은, 휴일에도 일찍 일어나고 싶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조금이라도 해가 들어올 때 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함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아침부터 깊이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집안의 먼지, 고양이 털이 너무 잘 보여요. 늘 쓸고 닦지 않을 수 없어 하루를 일찍 시작합니다. 웃프죠. 이렇듯 동향의 단점을 안고 살아가지만 이러나저러나 지금 집이 내 소중한 보금자리인 만큼 추억으로 이쁘게 가꾼 집이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저희 집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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