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화와 음악, 자연과 여행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세립히입니다. 평일에는 퇴근 후 다락방 한켠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주말에는 등산이나 공연 관람 같은 야외활동을 즐깁니다.
인테리어 컨셉은?
제가 살고 있는 이 집은 11평 정도 되는 복층 빌라인데요. 비교적 신축 건물이라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화이트 톤의 깔끔한 벽지와 희고 반짝이는 바닥에 다소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쿨한 컬러와 이미지를 좋아했었는데 길고 짧은 여행에서 돌아온 뒤 자연 속에서 영감을 받은 색이나 분위기에 더 마음이 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공간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빈티지한 무드로 꾸미게 되었어요.
햇살과 식물의 공간, 거실
BEFORE
AFTER
저희 집에는 거실로 불릴 수 있는 공간이 두 개가 있는데, 첫 번째 1층의 거실에서는 주로 식사를 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일 같은 앉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합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식물을 가꾸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요.
하얗게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이 너무 인위적이라고 느껴서 그 질감을 가릴 수 있는 러그를 깔았어요. 집들이 선물로 받은 미러볼을 바닥에 두어 한낮의 해를 받아 반짝이는 빛을 즐기기도 합니다.
공간이 좁다 보니 어두운색의 커튼보다는 밝고 빛이 투과되는 소재의 커튼이 더 어울리더라고요. 러프한 패턴과 프린지가 달린 커튼, 초보 식집사도 키우기 쉬운 고무나무와 아보카도, 수중식물들로 싱그러움을 더했습니다.
명상을 위한 공간, 침실
BEFORE
AFTER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침실로 사용하고 있는 복층 공간이 나옵니다. 침실은 ‘메디테이션 룸’이라는 명확한 컨셉이 있어 큰 고민 없이 공간을 꾸릴 수 있었어요. 여행 중에 사 온 그림과 모빌, 만다라 패턴의 사롱을 달아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가려 공간을 분리시켰습니다.
다만 복층의 낮은 층고 때문에 아이템 선정에 약간의 제약이 있었는데 낮은 매트리스와 팔레트 덕분에 더 아늑한 공간이 된 것 같아 만족합니다.
본가에 굴러다니던 앤틱한 프레임의 거울과 도자기, 향과 초로 차분한 명상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음악과 대화가 있는 다락
두 번째 거실로 쓰고 있는 다락입니다. 침실의 옆에 자리한 이 공간은 친구들과 홈 파티를 하기도 하고, LP로 음악 감상을 하기도 합니다. 낮은 층고 덕에 좌식 생활을 하는데, 공간과 어우러져 더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다락에서 즐기는 홈 파티
가장 아끼는 아이템을 꼽아보라면 단언컨대 턴테이블과 스피커입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새로운 앨범을 발견하는 재미로 CD를 사 모으던 10대 시절을 지나 LP 수집이라는 취미를 갖게 된 후부터는 아날로그한 매체가 주는 불편함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었습니다. 종이에 직접 펜으로 쓰는 일기나 손으로 넘기는 책장이 주는 매력들처럼 작은 수고로움이 그 행위를 더 반짝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집들이를 마치며
딱 서른이 되던 해에 시작한 독립 라이프는 그동안의 고민의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사소하게 시작되는 선택들은 작지만 차곡차곡 쌓여 나의 공간이 되고, 그것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각자의 취향이나 색깔, 공간의 형태나 크기는 전부 다르겠지만, 모두가 있는 곳에서 자신만의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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