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ropcrop’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크롭크롭이라고 합니다. 편집 에디터 일을 하다가 여러 이유로 퇴사한 뒤 아직 브랜드 론칭한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프리랜서로 원고도 쓰고 있는 N잡러이기도 해요.
그리고 저는 지난여름, 10년 동안 함께 살던 동생과 헤어져 독립을 하게 됐어요. 원래 내년 즈음 따로 살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둘 다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잘한 다툼이 늘었고, 이제는 해체하자는 동생의 의견에 혼자 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네 번의 이사 끝, 우리 집
그렇게 만나게 된 이 집은 12평 소형 아파트입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보이고, 거실 양옆으로 큰 방과 작은방이 있는 구조예요. 침실로 쓰는 큰 방에는 동쪽과 남쪽으로 큰 창이 두 개나 있고, 거실 전면으로 유리창이 있어 하루 종일 빛이 듬뿍 들어오는 집이랍니다. 덕분에 흐린 날이 아니면 조명을 잘 켜지 않을 정도로 낮 동안 해를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그간 원룸 – 다세대 투룸 주택 – 신축 투룸 빌라 – 소형 아파트까지 서울에서만 총 4번의 이사를 거치며 세운 저만의 집 구하기 기준은 첫째가 채광, 둘째가 방음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집은 볕이 정말 잘 드는 편이에요. 하지만 살아보니 방음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웃들이 상식적인 분들이라 조용히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대신 멀리 남산타워와 청계천이 보이는 뷰가 정말 예쁜 집이에요.
인테리어 컨셉은?
이전 집들은 모두 유행 타지 않는 우드 & 화이트로 꾸몄었는데, 이것도 몇 해 지나니 질리더라고요. 무엇보다 너무 보편적인 톤이라 이 집, 저 집 똑같아 보이는 게 지겨웠어요. 오히려 과감한 컬러로 채우니까 소품 색도 막 골라도 되고 편하더라고요. 곧 죽어도 우드, 화이트만 고집하다가 비로소 탈출한 기분이었어요.
나만의 인테리어 팁은?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3개월이나 여유가 있어서 레퍼런스도 엄청나게 모으고, 다른 집 소개들도 열심히 봤었는데요. 결국은 나만의 색으로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남이 하니까 좋아 보여서, 유행이니까 산 물건들은 금방 질리고 애정이 가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집을 꾸미기 이전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지 들여다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저는 술 마시며 TV 보는 걸 좋아하는데, 만약 레퍼런스를 모으며 동경했던 TV 없는 집으로 인테리어를 했더라면 백 퍼센트 후회했을 거예요.
취향대로 꾸민 유니크한 거실
가장 먼저 보여드릴 거실은 제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컬러나 톤뿐만 아니라 배치에도 신경을 정말 많이 썼거든요. 소파와 TV를 마주 보게 하는 것보다 소파를 창쪽으로 길게 둬서 주방부터 거실까지 일자로 탁 트이게 구성했습니다.
또 원래 TV 없는 거실로 만들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TV 사길 잘했다고 백 번 천 번 생각해요. 쉬는 날 TV로 노래 틀어놓고 노트북으로 쇼핑을 하거나, 저녁이면 와인 한 잔과 함께 큰 화면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게 제 낙이에요.
TV 맞은편에는 그릇이나 컵을 모으는 걸 좋아해서 샀던 그릇장이 있어요. 벌써 5년째 가지고 다니는 애착 가구가 됐네요. 이번 집은 주방 공간이 좁아서 거실에 배치했는데, 다행히 분위기와 어울려서 만족하고 있답니다.
그릇장 옆에는 패브릭 소파를 붙여주었어요. 덕분에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드네요.
햇볕이 예쁜 작업실 겸 침실
보통 집에서 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작업 공간을 꾸미는 데 가장 많이 집중했어요. 원래 작업실과 침실을 분리해서 완전한 일터로 만들고 싶었는데, 작업실을 꾸리려고 했던 작은방이 옆집과 붙어 있어 방음이 잘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하루 종일 노래를 틀어놓고 일하기 때문에 옆집에 피해가 갈 것 같아서 침실에 작업 테이블을 놓았는데 지금 구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책상 앞에는 작은 창이 있어요. 창문이 동쪽으로 나 있어서 아침 11시까지 정말 직사광선으로 해가 비치는데, 그 빛이 너무 예뻐서 암막 커튼을 달지 않았어요. 덕분에 해가 강한 오전에는 주방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외부 업무를 보는 편이에요.
해가 지는 밤이면 이 자리에서 술을 마시기도 해요.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랍니다. 비가 오면 창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와인을 마시기도 한답니다.
작업 테이블 바로 옆으로는 침대가 있어요. 침대 옆 창문에는 블라인드를 설치해서 오후에는 빛이 예쁘게 떨어지도록 했어요.
또 작업 테이블과 침대 사이에 협탁을 놓아서 조금이나마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핸드크림, 립밤, 귀마개 등 잘 때 꼭 필요한 용품들도 협탁 서랍에 넣어 언제든 꺼낼 수 있게 했어요.
블랙 테이블로 포인트를 준 주방
사실 주방은 저희 집에서 인테리어를 포기해야 했던 공간이에요. 무엇보다 알록달록 이상한 타일이 문제였는데요. 주인에게 페인트칠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몇 달째 이 상태랍니다.
살다 보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 그럭저럭 살고는 있지만 사진 찍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언젠가 칠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대신 이외의 것들은 웬만하면 화이트로 통일하려고 했고, 상부장에는 좋아하는 사진을 붙여 포인트 효과를 줬어요.
주방 테이블은 흔한 화이트 테이블이 아닌 블랙으로 선택했어요. 화이트 테이블도 깔끔해서 예쁘지만 블랙 테이블도 의외로 어떤 음식을 올려놓아도 예쁘답니다. 먼지 쌓이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라 매일 아침 부지런을 떨어야 하지만 그만큼 예뻐서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어요.
테이블 아래에는 염원하던 러그를 깔았는데요. 밝은 색보다는 어두운 톤의 페르시안 러그를 깔아서 혹시 음식을 흘리더라도 크게 티가 나지 않게 했어요.
또 테이블에 앉았을 때 현관이 바로 보여서 이 공간에는 광목 커튼을 달아줬습니다. 시선이 차단되어서 훨씬 단정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집 소개를 마치며
아직은 비어있고, 정리도 안된 공간이 많지만 조급하게 꾸미기보다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채워갈 생각이에요. 그때 만약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집꾸미기에서 집 소개를 하고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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