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화이트로, 넓어 보이게 꾸몄어요.
안녕하세요, 오랜 연애 끝 결혼식을 올리고 5년 째 비글처럼 재미있게 지내고 있는 부부입니다. 오래전 대학교 선후배로 만나 9년을 연애하고, 지금까지 14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하고 있네요.
전 원래 여행을 좋아했어요. 기념이 될만한 피규어를 하나 골라 함께 여행을 즐기며 사진으로 남기곤 했죠. 하지만 최근엔 여행이 제한적이게 되면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기게 되었어요. 재택 생활까지 맞물리니, 자연스레 집콕 취미가 생겨나더라고요.
홈쿡, 홈트, 소파에 누워서 TV 보기, 사진 찍기 등. 그중에서도 저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집 꾸미기’예요. 다행히 저희 둘은 개그코드뿐 아니라 집 꾸미는 취향이 일치하더라고요. 덕분에 즐겁게 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요즘이에요.
2002년에 태어난 오래된 집
저희 집은 2002년에 태어났어요. 2022년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벌써 20주년을 바라보고 있죠. 연식 때문인지 원래 이곳엔 촌스러운 우드 몰딩과, 위생적이지 못한 곰팡이가 가득했어요.
하지만 뷰와 구조는 완벽했어요. 처음 들어서서 마주쳤던 모습이 기억나요. 적당한 시티뷰에, 하늘과 산이 어우러지고, 수영강까지 흘렀죠. 지금까지도 제가 너무 좋아해 마지않는 하늘뷰는 언제나 저의 피사체가 되어 줘요. 아마 앞으로도 이 집에서 저는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며 지내지 않을까 싶네요.
더불어 이 집의 구조는 구축이지만 아주 실용적이었어요. 24평 정도였지만 다른 아파트와는 달리 현관과 거실이 크게 나있고 방 3개, 화장실 2개로 이루어져 있었거든요. 그 모습은 앞으로 제가 만들어나갈 ‘개방감 있는 집’에 적격이었어요. 덕분에 이 낡은 구축을 ‘살기 좋은 집’으로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얻었죠.
시공 컨셉을 찾아서
처음엔 인테리어가 뭐가 힘들까 싶었어요. 어차피 업체가 다 해주니까 쉬울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곧 인테리어는 끝없는 선택의 연속인 걸 깨닫게 되었어요. 모든 인테리어를 마치고 제가 깨달은 건, 먼저 인테리어 컨셉을 최대한 자세히 정해두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희는 화이트 인테리어라는 나름의 컨셉을 구상했지만, 다양한 화이트 톤 앞에서 무너지고, 작은 소품들 앞에서 좌절했거든요. 그래서 여러분께는 꼭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진’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업체에 보여드리길 추천드려요. 그럼 적절한 대안을 알아서 제시해 주시거든요.
고민은 짧게 결정은 빠르게 할 수 있는 꿀팁이었어요.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잖아요!
시공에 약간의 셀프를 더하다
지금 인테리어를 만든 건 전체 시공과 약간의 셀프 인테리어예요. 두 과정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공간을 소개하기 전, 간단하게 시공과 셀프 인테리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시공비를 줄이는 시공법
저희는 구축의 느낌을 지우기 위해, 철거에만 며칠을 쏟았어요. 그러면서 집을 더욱 깔끔하고 깨끗하게 꾸며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리고 몰딩 제거, 바닥 폴리싱 타일, 도배, 주방 전체 구조 변경, 화장실 리모델링, 매립 조명 등을 포함한 전체 시공을 진행했어요.
시공에는 2500만 원 정도가 들었어요. 전체를 고친 것치고 저렴해 보이는데, 이렇게 합리적인 금액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모두 주방이나 욕실 등에 활용될 자재나 제품을 제가 직접 구매해서, 업체엔 설치만 부탁드린 과정 덕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신경 쓸 건 많지만, 그만큼 더 합리적으로 시공을 진행할 수 있어 추천드리고 싶어요.
# 집의 시그니처를 만드는 셀프 인테리어
시공을 마친 뒤에도 저희 부부에겐 남아있는 숙제가 있었어요. 바로 거실의 격자무늬 목조 샷시였죠.
공사를 시작하고 나니 아파트 구조상 샷시를 교체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격자무늬 샷시를 살리는 대신 셀프 페인팅으로 공간과 톤을 맞춰 주기로 했어요.
셀프 페인팅은, 격자무늬를 한 땀 한 땀 칠해야 해서 정말 번거로운 작업이었어요. 꼬박 일주일이 걸렸으니까요.
완성된 모습이에요. 화이트로만 칠했을 뿐인데 너무 귀여운 포인트가 되었죠. 집의 시그니처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특히 샷시 모양대로 들어오는 노을빛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공간을 둘러보러 가볼게요.
개방감을 준 현관
집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현관을 꾸미며, 가장 첫 번째로 생각한 건 ‘개방감’이었어요. 원래 있던 현관도 다른 아파트보다 넓게 나온 편이라, 그걸 최대한 살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신발장도 반만 설치하고,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구성했어요. 덕분에 들어오자마자 시원하게 탁 트인 느낌이 든답니다.
저희 집 현관엔 넓은 창이 뚫려 있어요. 그래서 현관 같지 않은 무드가 느껴지죠. 저희는 이런 무드를 조금 더 강조하고 싶어 창문에 블라인드를 달았어요. 덕분에 깔끔하면서도 포멀한 공간이 되었어요.
개방감의 끝은 역시 통유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관 끝엔 유리 중문을 설치했어요. 화이트 톤에 투명한 재질이 더해지니, 공간이 훨씬 깔끔해 보여요.
노을빛으로 물드는 거실
현관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오면, 간단한 화장대가 있어요. 모던한 원형 거울과 수납장으로 실용성 있게 구성해서 공간 차지가 크지 않지만 외출 전 가볍게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짜잔, 큰 유리창으로 햇빛이 기분 좋게 들어오는 거실의 모습이에요. 저희 부부가 이곳을 꾸미며 가장 신경 쓴 건, 넓고 깨끗해 보이게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조명도 6인치 매립등으로 설치해서, 최대한 답답함을 덜었어요.
거실 인테리어의 중심은 소파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소파엔 큰 욕심이 없었어요. 인테리어가 지루하면 소파를 교체하는 식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소파도 최대한 가성비 있는 제품으로 선택했어요. 하지만 가격에 무색하게, 거실의 깨끗함과 소파의 차분하면서 세련된 느낌이 잘 어우러져서 마음에 들어요.
TV는 저희 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가구 중 하나예요. 프레임 형 TV인데 화이트 컨셉을 잡았다면 이만큼 잘 어울리는 가전제품은 없는 것 같아요. 알아보니, 애초에 TV는 화이트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TV는 우드와 화이트를 포함한 다양한 색상의 테두리를 고를 수 있어서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건 원래 있던 거실장이에요. 시공으로 펜트리 겸 수납장으로 만들었죠. 리빙박스를 활용해서 수납력을 높이고, 앞으로 깔끔한 문을 달아주었더니 인테리어를 헤치지 않으면서 유용한 수납공간이 되었답니다.
전체 구조를 바꾼 주방
다음으로 보여드릴 곳은 거실 옆에 있는 주방이에요.
주방은 전체 구조를 바꾸는 공사를 했어요. 말 그대로 ‘대공사’였죠.
원래 주방은 이렇게 벽 쪽에 조리 공간과 싱크대가 있고, 거실 쪽으로 작은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구조였어요. 전체적인 상하부장의 색은 누렇고 빨갰고요.
하지만 저는 좁게 나온 감이 있는 주방에 개방감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부장과 식탁은 포기하고 대면형 주방을 만들기로 했죠. 변화가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보다 편하게 집안일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워요. 거실을 보면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주방의 포인트를 하나 고르자면 체크무늬 타일이 될 것 같아요. 폭이 좁은 타일을 붙이고 줄눈을 눈에 띄는 색으로 선택했더니, 이렇게 깔끔하고 눈을 사로잡는 포인트가 생겼네요. 철거한 상부장 자리에는 선반을 달아 오브제를 전시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요.
식탁이 없어진 아쉬움은 조리공간 뒤편으로는 미니 사이즈 바를 만들어 달랬어요. 최대한 벽 쪽에 간단하게 만들었더니, 공간 차지도 크지 않아 좋아요.
러블리한 핑크빛 침실
다음으로는 침실로 가볼게요.
침실은 유일하게 색이 있는 벽지를 입힌 곳이에요. 톤 다운된 핑크를 사용해서 안정감 있으면서도 러블리한 느낌이 나도록 꾸몄어요.
벽지를 제외한 가구와 침구는 모두 화이트로 선택했는데, 역시 핑크 톤과 화이트의 조화는 완벽하더라고요. 노을이 드는 시간엔 저희 집에서 가장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어, 제가 애정 하는 공간 중 하나예요.
호텔을 닮은 거실 욕실
이곳은 거실의 욕실이에요. 주방과 연결되는 느낌으로 블랙 앤 화이트 조합을 활용한 곳이죠.
수전과 샤워기는 바노스 제품으로 제가 따로 구매해서 업체를 통해 설치했어요. 모던하고 군더더기 없는 욕실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액세서리라 골랐는데, 완성하고 나니 귀엽게 잘 어울려서 즐겁게 사용하고 있어요. 기존 욕실에 있던 상부장은 크기를 줄여, 공간을 더욱 넓어 보이게 했어요. 샤워 용품들이 통일되어 정돈된 모습이, 호텔 같은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군더더기 없이 꾸민 드레스룸
드레스룸은 화이트 톤의 붙박이장을 활용해 ‘수납력 있는 공간’으로 꾸몄어요. 사진 왼편에서 보이는 의류 관리기는 삼성 전자의 제품인데, 붙박이장 안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재단해서 만들었더니 군더더기 없는 드레스룸이 완성되었어요.
큰 포인트를 주진 않았지만, 공간의 곳곳엔 귀여운 포인트가 가득해요. 디즈니와 픽사 감성을 좋아하는 제가 하나씩 모아온 소품은 화이트 톤 하우스에 오밀조밀한 잔재미를 불어넣어 준답니다.
섬세함으로 완벽해진 베란다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베란다예요. 현관, 거실과 같은 타일을 이곳에도 깔아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죠. 원래 베란다는 거실보다 단이 낮은 감이 있었는데, 단높임 시공을 통해 거실에서 이동할 때 더욱 용이하게 했어요.
세탁기의 맞은편엔 보일러가 숨겨진 문이 있어요. 잘 보이지 않는 베란다에 있긴 했지만, 보일 때마다 약간의 거슬림이 있었는데 앞에 가림문을 달아주니 훨씬 깔끔해졌죠. 역시 인테리어란 섬세함과 꼼꼼함이 더해졌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작업물 중 하나랍니다.
집들이를 마치며 –
지금까지 저희 비글 부부의 보금자리를 보여드렸어요. 모두 재미있게 보셨을까요?
인테리어를 시작하며 저희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자취 경험도 없어서 집을 꾸미는 건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을 꾸미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향이 생기고, 재미가 붙었어요. 또 덕분에 이렇게 집들이를 통해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고요.
지나고 보니 인테리어란, 엄청난 감각이 있는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같이 경험 없는 사람도 집을 꾸미며 재미와 행복을 잔뜩 느꼈고, 또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럼 모두들 저처럼 소중한 집을 열심히 꾸며, 세상에서 제일 따듯한 공간을 얻으시길 바랄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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