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초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UI 디자이너, 아날로그홈입니다. 인테리어를 좋아해서 북유럽 여행을 나 홀로 떠날 정도로 인테리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편이에요.
어렸을 때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라는 TV프로그램을 즐겨 봤었는데 거기서 나오는 인테리어 전과 후를 보며 놀랐고 또한 인테리어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끼고 거기에 나오셨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선’이란 분이 너무 멋져서 한때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구축 아파트를 고른 이유
제가 살고 있는 집은 1998년도에 지어진 33평 아파트입니다. 연애할 때부터 공간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인테리어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던 저희 부부는, 종합 시공을 거칠 생각으로 싹 뜯어고쳐도 아깝지 않은 22년 된 구축 아파트로 골랐어요. 또 집 바로 뒤에 탄천도 있어서 산책하기도 좋고 햇볕도 잘 드는 게 마음에 들어서 이 집을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저희 집은 3D 작업 후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네이버에 있는 아파트 도면으로는 3D 작업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실측 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도면을 받아와서 철거 가능한 벽들을 체크했어요.
인테리어 컨셉은?
집에 있는 시간만큼은 따뜻한 느낌을 받으며 지내고 싶어서 우드 소재를 포인트로 최대한 깔끔한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북유럽 여행을 하며 여러 에어비앤비에서 좋았던 부분들을 집에도 적용해 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심플, 화이트, 우드 세 가지 키워드를 잡고, 디테일하게 제가 원하는 느낌을, 인테리어 관련 사이트들을 참고해서 콘셉트를 잡았어요. 처음에 핀터레스트로 많이 찾았는데요. 우리나라 아파트에 적용하기엔 어려웠지만, 집꾸미기에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위 자료들은 공간별 인테리어 콘셉트 정리본이랍니다. 업체에서 제시하는 디자인이 아닌, 저희가 원하는 느낌대로 구현하고 싶어서 건축업체에서 진행했어요. 대신 직접 콘셉트를 잡고 디테일한 3D도면을 그려서 최대한 제가 원하는 대로 나올 수 있도록 진행했답니다. 특히 사장님께서 연세가 지긋하신 분인지라 커뮤니케이션이 쉽도록 도면과 원하는 레퍼런스 이미지들을 정리해서 미리 보내드리고 미팅했어요.
한옥을 닮은 현관
BEFORE
이제 본격적으로 저희 집을 보여드릴게요. 가장 먼저 소개할 공간은 현관입니다. 구축 아파트라서 중문과 파티션이 따로 없어 현관을 열었을 때 집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어요. 하지만 중문을 하기에는 현관 영역이 거실 안에 들어가 있는 구조라서 집이 답답해질 것 같아, 파티션을 세우기로 했답니다.
3D 도면
평범한 파티션보다는 한옥의 창호를 연상시키면서 집 안에 들어왔을 때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어요. 우드 간살로 파티션을 제작하고, 신발을 신고 벗기 편하도록 수납도 되면서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만들었어요.
3D 도면
간살 간격, 신발장 사이즈도 적어서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작업 전에 전달드렸는데, 사이즈는 사장님과 통화 후 현장에 맞춰서 변경되었답니다.
제가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를 정확하게 전달해서,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체크 후에 실제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아무래도 직업병 때문인지, 혹시나 의도대로 나오지 않을까 봐 미리 체크를 하게 되더라고요.
AFTER
그리고 완성된 현관 모습이에요. 현관 파티션은 튼튼한 목재인 라왕 집성목으로 하나하나 잘라서 만들어주셨답니다.
편안한 우드톤 거실
BEFORE
저희 집은 베란다가 넓은 오래된 아파트라서, 거실 베란다를 확장하고 새시도 교체하고 무몰딩으로 하려 했는데요. 목공 작업으로 인한 예산 문제로 마이너스 몰딩으로 진행했어요. 그리고 소파가 현관과 마주하도록 TV를 기존 반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전기 작업과 인터넷 선 작업이 필요했는데요. 벽걸이 TV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TV 밑에 우드 선반도 같이 설치하기로 했어요.
마루와 새시, 조명까지 설치된 모습이에요. 저희는 독일 시스템 창호인 알루플라스트라는 제품으로 새시를 교체했답니다. 새시만 바뀌어도 집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독일 시스템 창호는 가운데가 열려서 여닫기도 편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덥지 않고, 방음도 잘 되어 정말 만족하는 제품이에요.
AFTER
가구까지 들인 모습입니다. 거실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데요. 여가시간에 청소를 하거나 식물을 돌보고 책을 읽거나 드라마,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설계부터 홈스타일링까지 직접 한 공간이라는 생각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행복하답니다.
화이트 우드로 새롭게 태어난 주방
BEFORE
구축 아파트 특유의 주방 구조는 가장 어려운 숙제였어요. 특히 냉장고 위치로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방을 양쪽으로 막아 답답하게 만들었던 냉장고를 주방 발코니로 빼서 주방을 더 넓어 보이도록 공간을 짜보았어요.
3D 도면
1차로 작업해 본 주방 도면인데 추후에 수전 위치 때문에 수정되었어요. 요리와 베이킹을 좋아해서 조리대를 넓게 잡고, 부족한 수납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아일랜드 바를 양면 서랍형으로 디자인했어요.
3D 도면
수전 위치를 기존 위치로 옮기는 게 추후 문제 발생이 가장 적다고 하셔서, 2차로 작업한 주방 도면이에요. 주방 발코니로의 동선도 더 편해서 만족하고 있답니다. 저희는 와인을 좋아해서 맞춤형 와인셀러를 넣을 공간도 따로 빼달라고 요청드렸어요.
AFTER
완성된 주방 모습입니다. 훨씬 탁 트이고 넓어져서 정말 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우드 조리대도 도면 그대로 나와서 정말 만족스러워요.
주방 타일 역시 신경 써서 골랐어요. 논현 타일 가게들을 여러 번 돌아봤는데도 원하는 타일을 찾을 수가 없어서 윤현상재에서 무난하면서도 포인트 되는 디자인으로 선택했어요. 화이트 벽지에 화이트 타일은 심심할 것 같아 줄눈 컬러는 베이지로 따로 요청드렸고요.
주방 발코니 문에서 바라본 모습이에요.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겸 오븐을 쏙 들어가게 짜서 사용하기도 편리하고 주방을 더 넓게 쓸 수 있어요.
주방 발코니 문에서 바라본 모습이에요.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겸 오븐을 쏙 들어가게 짜서 사용하기도 편리하고 주방을 더 넓게 쓸 수 있어요.
실용성 만점! 주방 발코니
BEFORE
AFTER
주방 발코니 모습이에요. 바닥 단차를 올리고 마루를 깔아서 슬리퍼를 따로 신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를 여기에 두었어요. 냉장고는 세미 빌트인으로 딱 들어가는 사이즈로 구매해서 짜 맞춘 듯이 쏙쏙 들어가 있어요. 겨울에 추울까 걱정했었는데, 독일 시스템창호 알루플라스트가 단열이 뛰어나서, 겨울에도 크게 춥지 않아요. 또 주방 문도 알루플라스트 제품인데, 닫았을 때 방음이 뛰어나서 세탁기 소음도 크게 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주방을 넓게 쓸 수 있어서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활용하기 좋은 널찍한 침실
BEFORE
AFTER
구축 아파트의 특징 중 하나는 큰 안방 사이즈인데요. 저희는 슬라이드 붙박이장을 설치하여 공간 활용을 하기로 했어요. 또한 안방의 안쪽 창은 간격이 얇은 모루 유리로 변경하고 나머지 창은 페인트칠만 해주었어요. 조명은 커튼 박스 아래에만 간접 등 T5로 설치했답니다.
침실에 딸린 화이트 발코니
침실에 딸린 발코니는 창고는 도색과 손잡이만 변경했어요. 독일 시스템창호 알루플라스트를 설치해서 환기할 때는 틸트 기능으로 혹은 슬라이드로 열어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이 공간은 주로 화분 물주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곰팡이 핀 방에서 깔끔한 작업실로!
BEFORE
AFTER
다음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작업실이에요. 이 방은 따로 확장하지는 않았습니다. 북향 방에 22년 된 새시인지라 결로 현상이 심해서 발코니에 기존에 있었던 창고 부분에 곰팡이가 잔뜩 나 있더라고요. 창고를 제거하고 단열재를 강화하고 바닥의 단차를 높인 뒤 마루를 깔아서 사용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보통 이 공간에서 작업을 합니다. 부담 없는 화이트 & 옅은 우드 컬러로 꾸며주었어요. 테이블 역시 작업하기 편하도록 널찍한 걸로 선택했습니다.
몰라보게 변신한 작은방
BEFORE
AFTER
손님방 겸 미래의 아기방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방이에요. 기존의 창문과 창틀은 유지한 후 페인트칠만 하고 도배와 마루를 깔았고요. 지금은 요가 매트나 족욕기 등을 넣어두고 사용하고 있어요.
디테일에 신경 쓴 화장실
거실 화장실
BEFORE
저희 집은 거실 화장실과 침실 화장실, 이렇게 두 개의 화장실이 있습니다. 먼저 거실 화장실은 1998년도에 아파트가 지어진 후, 15년 전 덧방 시공 외에는 한 번도 수리가 되지 않았더라고요. 크기가 아주 작아 최대한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도가 떨어지는 욕조는 제거하기로 했답니다.
3D도면
또 그레이 컬러의 600×600 타일을 사용해 최대한 넓어 보이는 호텔 느낌 화장실로 콘셉트를 잡았어요. 수납장은 거울 플랩 장을 선택했어요. 중간에 라인이 없어, 좁은 구축 아파트의 욕실을 조금이라도 더 넓어 보이게 하려고 했답니다.
화장실 타일은 윤현상재에서 너무 어둡지 않으면서 따뜻한 계열의 웜 그레이 컬러로 돌의 텍스처감이 은은하게 느껴져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제품으로 골랐어요.
AFTER
완성된 화장실 모습입니다. 벽 선반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구조상 불가능해서 거울장 밑에 선반을 달았어요. 타일과 가장 비슷한 컬러의 인조 대리석을 고르려고 샘플북을 받아서 비교하며 골랐는데 나름 감쪽같아요.
또 거실 화장실에는 기분 좋은 향이 나도록 했어요. 식스티세컨즈 쇼룸 방문했을 때 향이 너무 좋아서, 식스티세컨즈의 디퓨져를 두었거든요.
또 샤워 수전 및 화장실 내의 모든 액세서리는 무광 니켈 제품이에요. 매립 수전을 하고 싶었지만 예산 문제로 포기하고, 심플하면서 가성비 좋은 수성바스 제품으로 설치했는데 아주 튼튼해서 잘 사용 중이에요.
침실 화장실
BEFORE
AFTER
침실 욕실은 사이즈가 더 작아서 최대한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좁은 스탠드형 세면대를 설치하고 귀여운 타원 거울을 달아주었어요. 타일은 거실 화장실과 동일한 타일로 골랐습니다.
나에게 집이란,
늘 저에게 집이란 ‘또 하나의 나’이면서 오랜 목표이자 ‘꿈’이었어요. 취향을 담아 직접 꾸민 집에는 집 주인의 가치관과 생활습관이 그대로 녹아있잖아요. 집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인테리어한 집은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저의 꿈이었고, 열심히 살아갈 동기를 주던 존재였어요.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의 소중함을 더 느끼는 요즘이에요. 인테리어를 한 후 저희만의 보금자리에서 시간을 꽤 보내고 나니, 이제는 집이란 저희 부부가 함께 추억을 쌓고 편안함을 느끼는 만족감을 늘 주는 안식처입니다.
리모델링을 준비하기까지, 찾아보고 고민한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글도 길어졌네요. 신축은 너무 비싸고, 구축 아파트는 인테리어가 걱정되는 요즈음, 제 글이 ‘과연 인테리어 한다고 오래된 아파트가 괜찮아질까?’ 하며 반신반의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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