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러브네플랜테리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남편과 11년째 딩크로 살고 있어요. 대신 11살 치와와 돼지, 4살 치와와 감자 그리고 3살 샴 라떼, 1살 아메리칸쇼트헤어 띠또까지 이렇게 강아지 둘, 고양이 둘과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곳곳에 있는 식물 등을 켜고 서큘레이터를 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이파리에 분무를 하며 식물들의 상태를 살피죠. 그런 시중이 끝나면 거의 매일 강아지 산책을 나가요. 산책을 다녀오면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기 전까지 주로 일을 합니다.
쉬는 시간에는 인스타그램 구경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빈티지 소품이나 홈스타일링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지내다 보니 일이 손에 안 잡히는 날엔 그냥 접고, 근처 화원에 나가 식물 쇼핑을 합니다.
셀프 인테리어의 달인이 되다
저는 인테리어 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 집을 사고 전세를 주기 위해 집을 손보는 과정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간단한 전기 기구도 설치하고, 콘센트도 교체하고, 페인팅도 하고, 심지어 타일 커팅기를 장만해서 타일도 셀프로 시공해 봤었어요.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제가 꽤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 월세집 인테리어를 한 적도 있고, 엄마가 이사 다닐 때마다 홈스타일링을 해드렸고, 지인의 오래된 빌라를 맡아 올 수리를 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10년간 20채 이상 인테리어를 하다가, 카페 오픈을 준비하면서 상가도 반셀프로 인테리어를 해 봤습니다. 좋아하는 일이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화이트 미니멀에서 플랜테리어까지!
이번에 소개해드릴 제 공간은 27평형의 신도시 아파트입니다. 방은 3개고, 욕실이 하나 있고요. 발코니 공간은 별도로 확장하지 않았습니다.
집을 고를 때는 어차피 전체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내부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고, 다만 하자가 있는지만 살폈어요. 이 집은 저층이지만 남향이고, 거실 바로 앞이 차 없는 산책로라서 조용하며 창밖으로 늘 푸른 소나무가 보이는 게 마음에 들어서 매입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저와 남편 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이 매우 중요했어요. 그러나 이사 전에 살던 곳은 환경이 좋지 못해서, 틈만 나면 노트북을 들고나가 카페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내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굳이 카페에 나가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인테리어를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초반 컨셉은 화이트였습니다. 조금이나마 집에 개방감을 주고 싶어서, 거실부터 주방까지 천장을 모두 철거하고 약 8센티 정도 천고를 높였어요.
4년째 거주하고 있는 요즘은 이 화이트 위에 다양한 색을 얹은 상태입니다. 일단 월넛 컬러의 가구들이 자리 잡았고, 또 식물이 워낙 많아서 어딜 봐도 푸릇푸릇하거든요. 초반 컨셉은 화이트 미니멀, 4년이 지난 지금은 플랜테리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식물이 130여 개나 있거든요.
BEFORE & AFTER 비교 체험! 거실
거실은 도화지처럼 하얗습니다. 페인트칠을 한 벽과 천장, 대리석 느낌의 장판 시공, 직접등 없이 간접등으로만 둘렀고요. 발코니는 확장하지 않고 아우스바이튼 제품으로 폴딩도어를 설치했어요. 중문은 목공으로 틀을 만들고 강화유리 도어를 설치해 개방감을 주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집에서 한쪽 벽에 TV를 두고, 맞은편 벽에 소파를 두는 방식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계실 텐데요. 저희 집은 TV가 없어서, 가운데 커다란 우드슬랩 테이블을 두었습니다.
테이블은 상판 두께만 7센티고, 가로 길이가 260센티로 성인 8명이 앉아도 될 만큼 넉넉한 사이즈예요. 예전에 제가 카페를 운영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사용했던 테이블이랍니다.
테이블 뒤로는 스탠드 에어컨과 화분들을 두고 있습니다. 화분은 높이와 깊이를 다양하게 배치하기 위해서 이케아 수납함을 세워 화분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원래 도잠의 올리다 테이블 세트를 놓고 사용하다가 지금처럼 바꿨는데 훨씬 마음에 들어요.
TV를 두는 자리에 있던 전선은 그대로 살려두었는데요. 이걸 가리기 위해 고민을 하다가 스트링 시스템의 뒷판을 빼고 벽면에 설치해 해결을 했습니다. 서랍을 열면 전선들과 외장하드, 카메라와 관련된 작은 물품들이 보여요.
리모델링으로 ‘ㄷ’자가 된 주방
주방은 목공 공사로 구조를 변경한 공간이에요. 보통 창문 쪽에 싱크대가 있기 마련인데, 원래 이 싱크가 있던 자리에 작은 팬트리와 붙박이 소파를 만들고, 수도관을 거실 방향으로 길게 빼서 거실을 바라보는 ‘ㄷ’자 모양의 주방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공간이 생각보다 협소해, ‘ㄷ’자 중 한쪽 공간은 조금 좁게 디자인해야 했어요.
인덕션은 디트리쉬 화이트를 설치했고, 자주 쓰는 주방 기구들은 벽면에 걸어두고 사용중입니다.
싱크대 쪽에는 정수기와 전기포트, 커피 머신 정도만 두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정수기를 사용하다가 얼마 전에 본체가 싱크대 하단에 들어가는 정수기를 설치했어요. 덕분에 공간이 더 깔끔해졌습니다. 식물 외에는 잔 짐이 별로 없는 편이라 늘 이 정도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요.
붙박이 소파는 원래 원형 테이블을 두고 사용하다가, 얼마전 중고 마켓으로 처분했고요. 현재는 제 방에서 나온 트롤리를 임시로 배치해 두었어요. 마음에 드는 다른 테이블로 교체하려고 물색 중입니다.
그리고 소파 위 벽면에는 예쁜 그림을 걸어놓았는데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울리는 그림으로 교체해서 걸어놓을 예정입니다.
붙박이 소파 옆 팬트리 천장에는 이케아 센서등을 설치해서 문을 열면 불이 켜집니다. 자주 쓰지 않는 베이킹 용품들을 맨 위에 두고, 손 닿기 편한 곳에 과자 그리고 강아지와 고양이 간식들을 뒀어요. 그 아래 선반에는 실온 보관하는 소스류가 있고, 그 아래에는 상비약과 건강식품을 둡니다. 맨 아래에는 무거운 쌀통과 양파망 등을 보관하고 있어요.
팬트리 벽면 옆에 설치한 스테인리스 그릇장에는 자주 쓰는 접시와 잔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집 ‘NO식물존’ 남편의 침실
안방은 욕실을 제외하고 집에서 유일하게 식물이 없는 곳이에요. 남편과 고양이들이 자는 방이고, 저는 작은방 하나를 꾸며서 따로 잡니다. 지금까지 남편과 11년을 살면서 최근 1년정도 잠을 따로 자고 있는데,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요!
이곳에 식물이 없는 이유는 자기 방에는 식물을 가급적 두고 싶지 않다는 남편의 말 때문이었어요. 식물을 두지 않는 대신 수입벽지를 시공하기로 했는데, 막상 쇼룸에서 남편이 고른 벽지가 지금 보시는 이 벽지입니다. 덕분에 식물이 없는데도 식물에 둘러싸인 것 같은 방이 완성됐어요.
안방은 목공 공사를 하면서 가벽을 설치하고, 평상형 침대를 만들었어요. 침대 겉면은 편백나무 루바를 둘러서, 4년이 지난 지금도 은은하게 편백나무 향이 납니다.
가벽 뒤로는 붙박이를 설치했고, 옷이 늘어나면 안 입는 옷을 정리하는 식으로 늘 비슷한 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두색 기린 방? 멋진 작업실로 변신!
이번에 소개해드릴 공간은 주방 옆 가장 안쪽의 작은방입니다. 이곳은 원래 고양이 화장실 겸 창고 공간으로 쓰던 방이었는데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작은방 2개가 제대로 쓰이질 않고 있는 게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각각 제 작업실과 침실로 용도를 정하고, 다시 홈스타일링을 했습니다. 참고로 작은방 2개 사이즈는 거의 동일해요!
기존의 고양이 화장실은 커튼 뒤 발코니 공간에 놓고, 커튼과 블랭킷, 벽면 장식으로 가려두었습니다. 패브릭을 교체하면서 방 분위기를 바꾸고 있어요.
작업실은 한 달 동안 기다려서 받은 드롭리프 테이블을 책상으로 배치했어요. 구조 바꾸기 좋아하는 제게 최적의 테이블입니다. 양쪽 날개를 펼치거나, 한쪽만 펼칠 수도 있고, 둘 다 접어서 사용할 수 있어서 공간 활용에도 좋은 아이템입니다. 의자는 직접 앉아보고 가장 편한 제품으로 구매했고요. 눈이 가장 많이 닿는 벽면에는 제가 좋아하는 느낌의 인테리어 사진들과 마음에 드는 엽서들을 가득 붙여두었어요.
책상에 올려두는 잡다한 사무 용품과 책, 모아둔 엽서와 사진 자료들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박스와 라탄 수납함에 넣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또 목공일 하는 동생과 만든 선반을 두고, 요즘 가장 아끼는 식물을 올려서 데스크테리어를 하고 있어요.
붙박이장이 있던 곳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바닥을 평평하게 깔고, 테이블 높이로 튼튼하게 단을 쌓아 붙박이 책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미닫이문을 달아서 쓰지 않을 땐 닫아두려고 나름 신경 써서 만들었어요. 윗부분에 50센티짜리 깊은 선반을 배치해서 선반 안쪽으로는 책들을 가득 넣고, 선반 앞쪽으로는 잡동사니들을 분류하여 종이박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책상 반대편은 역시 식물 존입니다. 거실에 둔 것과 같은 이케아 수납함을 이용해 화분을 배치했고요. 늘 식물 등을 키고 통풍이 잘 되도록 유지하고 있어요.
남편과 독립수면 1년 째, 나만의 침실
안방, 작업실, 그리고 마지막 방이 제가 침실로 사용하는 방입니다. 원래는 게스트룸으로 사용하려고 침대도 적층식으로 들였고, 별다른 스타일링 없이 깔끔하게 유지하던 방입니다. 이후 이 방을 제 침실로 바꾸면서 생각한 인테리어 컨셉은 ‘언제든 머리만 대면 잠이 들 수 있을 만큼 안락한 방’이었어요.
우선 방 사이즈가 가로, 세로 각각 240센티인 작은방이라서, 침대를 두고 나머지 공간을 사용하려면 문을 떼어내야 했어요. 떼어낸 문은 현재 발코니에 보관하고 있고, 문 자리에는 패브릭을 이용해 공간을 가려두었습니다.
원래는 방 한가운데 침대를 두고 한쪽 벽엔 월 시스템을 고정 설치하고, 반대편 벽 쪽에는 트롤리를 두고 선반으로 활용했었는데요. 얼마 전에 침대를 안쪽 벽면에 밀어 넣고 입구에서 보이는 공간에 미니 정원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배치하니 나름 통로가 생겨서 지나다니기 편하고, 식물들이 조화롭게 어울린 식물 존이 탄생해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벽면에 고정 설치한 월 시스템 옆으로는 거실에서 식물 받침대로 사용하던 도잠의 합판 가구를 쌓아서 토분과 소소한 가드닝 용품을 수납하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 집을 꾸미려 하는 분들에게 –
화이트 미니멀 컨셉으로 인테리어를 했지만, 4년 동안 제 취향이 얹어지니 누가 봐도 우드우드한 집이 되었어요. 게다가 식물이 130개나 되니, 곳곳이 푸릇푸릇한 플랜테리어가 완성되었습니다.
만약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빠듯한 예산 때문에 고민이라면, 쉽게 고치기 힘든 공정에 우선 예산을 배분하시고 스타일링은 살면서 천천히 해 나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 같은 경우에도 예산 때문에 가장 먼저 해야 했을 섀시를 제외하고 공사를 했었는데, 살다 보니 알루미늄 섀시가 영 맘에 안 들고 단열이 안 되어 결국 살면서 외부 섀시 공사를 진행했었거든요.
공간을 자유롭게 꾸미는 건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아요. 거실에 TV가 없어도 되고, 소파를 두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의 생활에 맞게 공간을 기획하고, 내게 맞춘 집에 내 취향을 가득 담아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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