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뷰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 항상 트렌드를 쫓지만 마음속 취향만큼은 아늑한 30대 아늑씨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10년 가까이 혼자 지내며 자유도 마음껏 즐겼지만, 제 삶은 반려견 2마리를 입양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동안 빌라, 상가주택, 아파트를 이사 다니면서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했는데 공용 주거 공간에서는 반려견들과 함께 지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강아지와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은 제가 아버지의 25살 다세대 주택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한 뒤 해결되었어요. 오래되긴 했지만 모든 층이 현관으로 분리되어 있기에 저, 강아지, 부모님, 남편이 될 남자친구가 함께 지내기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각각 독립 공간을 가진 네 식구의 주택살이가 시작되었답니다.
집 정보
| 다세대 주택
| 층마다 18평 (반지하, 1층, 2층, 옥탑)
| 반셀프 리모델링
| 약 6,500만 원 소요
아빠가 지은 주택을 고치다
저희 집은 반지하, 1층, 2층, 옥탑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 층마다 현관으로 세대가 구분되어 있어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분리된 공간에서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부모님이 지내시는 2층을 제외한 공간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이번 반셀프 리모델링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봉목수였어요. 마침 봉목수는 공방에서 목공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저희 둘은 힘을 합쳐 ‘공간마다 컨셉이 다른 집’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내 집이니까 해보고 싶었던 건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요!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집이 너무 오래된 탓에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특히 결로 문제로 고생도 많이 했고요. 거기다 몇 가지 시공만 업자를 섭외해서 공사했는데 ‘불량 시공’ 후 연락이 두절되는 해프닝도 있었어요. 하지만 내 손으로 내가 살 집을 꾸미는 셀프 리모델링은 정말 뿌듯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집을 고치거나 짓게 된다면 이 값진 경험을 통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간 둘러보기
| 빨간 벽돌이 레트로한 외관
그럼 외관부터 보여드릴게요. 원래 이 집은 입구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모습이었어요. 전체 외벽 공사를 고민했지만 빨간 벽돌이 주는 레트로함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큰 공사 없이 새시 교체와 부분 페인트칠로 최대한 깨끗하게 고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짠, 달라진 모습은 이래요. 다른 곳은 원래 모습을 유지했지만, 기존의 문이 많이 낡았고 문이 잘 닫히지 않아 강아지들이 집을 나가는 사고가 발생할까 봐 이번에 ‘자동문’을 달았답니다. 문은 골드 컬러로 골라 빨간 벽돌과도 잘 어울려요.
| 홈파티 공간이 된 주방
지하 주방은 오래되기도 했고 워낙 사용 흔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사용하던 싱크대, 바닥, 벽면을 모두 철거하는 게 인테리어의 시작이었습니다. 뜯어낸 싱크대는 냉장고 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장 하나만 빼고 다시 붙여 사용해서 비용을 절감했어요. 또 바닥엔 반려견들이 뛰어다녀도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KCC 4.5T 휴가온 오닉스 화이트’와 ‘파라디소 화이트’를 깔아주었답니다.
주택 전체에 주방이 총 3곳이라 최대한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해요. 그중 지하 주방은 요리를 하고,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밥솥, 오븐, 전자레인지 등의 가전제품을 수납할 공간이 많이 필요했는데요. 심미성과 동시에 실용성을 잃을 수 없어서 이동식 조리대와 주방 수납장을 활용해 공간을 알차게 구성했어요.
주방 타일은 봉목수의 형님이 직접 작업을 해주셨어요. 천장과 벽면은 올 퍼티 작업을 한 후 셀프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벽을 고르게 만들고 깨끗하게 페인트칠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더라고요. 퍼티 작업자 님을 부르긴 했지만 워낙 쉽지 않은 작업이라 저희가 다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만 뺀다면 셀프 리모델링도 할만한 것 같아요.
다이닝 공간의 포인트는 바로 ‘우드 슬랩 테이블’이에요. 손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우드 톤 가구를 활용해 따뜻하고 편안한 무드를 주려고 했습니다. 또 벽면에 있는 달 항아리 그림은 친구가 직접 그려서 선물해 준 거예요. 차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이 공간을 한 층 더 분위기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집을 꾸미는데 큰 도움을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요즘 지하 다이닝룸에서는 홈 파티가 자주 열리고 있어요. 덕분에 지하 주방은 친구들도 정말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저는 홈 파티 덕분에 점점 요리 실력이 늘어가고 있고요.
| 햇빛 가득 힐링 공간, 지하 거실
원래 지하는 습하고 곰팡이가 많이 생겨서 기존 세입자분들께서 단열 시트지를 붙여 놓으셨어요. 이번에 시공을 하면서는 기존의 벽지와 시트지들을 모두 제거하고 곰팡이와 습기에 강한 페인트들을 셀프로 시공했습니다. 오래된 벽지를 제거하느라 주방 세제가 섞인 물을 벽에 뿌리고 벽지를 불린 후 스크래퍼로 제거하던 과정이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안방으로 쓰이던 지금 공간은 이제 거실이 되었어요. 옆에 있는 주방이 다이닝룸으로 쓰여 자연스러운 결과였달까요. 손님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듣고, 차를 마시며 힐링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지하 거실은 해가 잘 들어와 일부러 얇은 커튼을 달아 빛을 가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또 소파는 채광을 고려해 창을 정면으로 보지 않도록 ㄱ자로 배치했습니다. 바닥의 러그는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장판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선택했어요.
거실의 TV 선반, 회전 랙, 원목 협탁, 거실 테이블, 원목 반려견 하우스는 봉목수가 직접 만들어준 가구예요. 거기에 제가 친구와 직접 그린 백드롭 페인팅 액자까지 더하니 갤러리처럼 감각적인 공간이 되었답니다.
| 예비 남편의 사적인 방, 지하 침실
지하에 있던 침실 하나는 남자친구의 방으로 꾸몄어요. 곧 결혼 예정이지만, 결혼한 후에도 각자의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사적인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고 싶었거든요. 봉목수가 평소에는 공방에서 주로 우드 가구를 제작하다 보니 색다르게 화이트, 체커 보드 패턴을 활용해 보았어요.
이곳은 봉목수의 홈 오피스예요. 디자인 작업과 게임을 하기 위해 듀얼 모니터를 설치하였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미니멀하게 꾸몄어요. 책상과 의자 등의 가구는 튼튼한 내구성에 초점을 두어 골랐습니다.
책상 옆에는 수납용으로 오래된 선반을 가져다 두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위스키가 이 수납공간을 채우고 있네요. 위스키 수집에 잔소리를 좀 했더니 봉목수가 자꾸 제게 메시지로 ‘위스키 효능’을 보내네요.
| 아치문으로 공간을 활용한 1층 주방
1층의 주방도 지하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있던 바닥 장판과 벽지를 모두 철거하고, 장판 시공과 벽면 퍼티 작업 및 셀프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그리고 싱크대의 상부장과 하부장을 전면 교체하였어요.
주방의 경우 살림살이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최대한 깔끔하면서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는 것이 포인트였어요. 싱크대의 상부장의 경우 천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화이트 컬러로 층고가 높아 보이는 효과를, 하부장은 우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주방등은 다운라이트로 모두 교체를 하여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꾸몄어요.
주방의 모던한 분위기를 위해 수전은 거위목 형태로, 싱크볼은 사각 형태로 선택했어요. 또 가스레인지 옆에 도시가스 배관이 돌출된 부분은 원목 나무 도마로 살짝 가려주었습니다. 조리 기구는 우드 앤 화이트 싱크대와 잘 어울리는 나무 주방 용품들로 채웠습니다. 지하 주방과는 느낌이 또 다르죠?
주방의 특별한 점은 주방 옆에 있던 방을 트고 ‘아치형 통로’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방에는 세탁기와 냉장고를 넣어 다용도실 겸 홈 카페를 꾸몄답니다.
| 반려견으로 포인트를 준 1층 홈 카페
홈 카페는 프라이빗한 저만의 공간이에요. 요리를 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이라든지, 세탁기를 돌리고 기다리는 시간에 쉴 수 있는 1인 홈 카페로 꾸미려고 했습니다. 이곳은 결로가 심해 곰팡이와의 사투가 정말 힘들었던 공간이에요. 결국 벽지로는 해결할 수 없어 규조토 페인트, 에어로겔 페인트로 전체 셀프 페인팅을 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시작한 리모델링인데 병원비가 더 나올뻔했어요!
홈 카페는 채광이 좋아 가끔은 이곳에서 업무를 보기도 해요. 또 다용도실로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납공간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수납장들은 이동이 용이하도록 바퀴가 달린 트롤리로 선택했어요.
홈 카페의 포인트는 아기자기한 컵과 접시를 진열해 놓는 우드 쇼케이스에요. 이것도 역시 봉 목수의 작품입니다. 우드 쇼케이스에 진열된 식기류들은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셀렉 했어요.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날도 있고 차를 음미하고 싶은 날도 있잖아요?
홈 카페는 저희 반려견인 하이와 코니를 그린 포스터와 엽서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냉장고에 키치한 코니 포스터를 붙여두었더니 분위기가 확 살더라고요. 인테리어는 정말 소품들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큰 창으로 계절을 느끼는 침실
1층 침실은 제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채광과 가구 배치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썼어요. 이곳의 포인트는 ‘큰 창’이랍니다. 덕분에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침실의 가구 배치는 벽을 중심으로 ㄷ자로 배치해서 가운데 공간은 반려견들이 놀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했어요.
침실은 전체적으로 베이지 톤에 우드 가구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방 한편의 1인용 소파는 저희 집 반려견 하이가 올라가 쉬는 공간입니다.
저는 맥시멀 라이프를 버릴 수 없는 사람이라 화장대는 넓고 수납공간도 큰 사이즈로 셀렉했어요. 수납형 스툴 역시 묵직하게 채웠답니다.
조명을 켜면 밤에는 또 다른 무드가 느껴져요. 침대에 누워서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한 편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 키덜트 감성, 1층 서재 겸 옷방
1층의 작은방은 옷장 겸 서재로 사용하고 있어요. 사진에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짐이 많아서 맞은편에도 수납장이 있답니다. 오래된 집이다 보니 붙박이장이 따로 없어 옷장은 최대한 벽처럼 보일 수 있는 심플한 스타일로 선택했어요. 스타일러를 놔두려다가 수납공간이 협소해질 것 같아서 수납도 가능한 의류 케어 옷장을 두었고요.
남자친구 방에 듀얼 모니터가 있는 컴퓨터 책상이 따로 있기 때문에 1층 책상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제 덕후 감성으로만 채웠습니다. 선반에 올려둔 피규어와 다양한 엽서, 사진들을 붙여 꾸민 벽면이 인테리어 포인트예요.
| 우여곡절 끝에 완벽해진 1층 화장실
원래 화장실 인테리어는 변기와 타일 그리고 화장지 걸이까지 자주색으로 정말 강렬했어요. 그러다 이번에 을지로에서 발품을 팔아 타일과 세면대를 직접 골라 원하는 모습으로 시공하기로 했습니다.
리모델링 비하인드는 욕조를 두고 싶어서 변기 위치를 변경했는데 사이즈 계산을 잘못해서 변기 없이 살 뻔했다는 거예요. 이래서 반셀프 리모델링은 함부로 덤비면 안 되나 봐요. 결국 변기를 두면 욕실 문이 안 닫히는 상황이 되어 물탱크 없는 변기를 설치하게 되었네요. 수압은 약하지만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그래도 욕조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 로망의 결정체, 옥탑방
이곳은 저의 아지트 옥탑방이에요. 원래는 창고처럼 사용되던 죽은 공간이었는데요. 이번에 리모델링을 하며 ‘빨간 머리 앤의 방’을 꾸미고 싶었던 저의 로망을 실현했습니다. 이곳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창밖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외향적인 성격의 저도 차분해짐을 느낍니다.
옥탑방의 가구 중 새것은 거의 없어요. 원래 버리려던 가구들과 봉목수가 직접 만들어 준 가구들, 오래된 소품들이 옥탑방의 빈티지 감성과 만나 제 아지트가 되었답니다.
사진 속의 미니어처는 빨간 머리 앤의 방을 꿈꾸며 모은 것들이에요. 앞으로도 옥탑방에는 이런 작지만 소중한 추억이 담긴 소품들을 모아볼 예정이에요. 집 안의 집 같은 느낌으로요.
| 도심 속 피서지, 옥탑 테라스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옥탑 테라스예요. 원래 이곳은 거의 버려져 있던 공간이었는데 현관문도 다시 달고 차양막과 바닥 타일, 인조 잔디를 새로 깔아서 멋진 옥상 테라스를 만들었어요.
테라스에는 차양막을 설치해서 비와 햇빛을 막을 수 있게 했어요. 해를 좋아하는 우리 강아지들은 그늘 없는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곤 합니다. 부모님도 매일 이곳에서 광합성을 즐기시는데 테라스에서의 시간이 저희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일상이 된 것 같아요.
테라스에서 강아지들과 소풍도 하고 공놀이도 하면서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공용 주거 공간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었던 행복이에요!
집들이를 마치며
집을 고치기 전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게다가 공사를 하면서는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고요. 하지만 열심히 손품 발품을 팔아 리모델링을 하고 나니, 집에서의 시간이 더욱 행복해짐을 느껴요. 가족과의 시간, 또 그 시간을 더욱 값지게 해주는 공간 덕분에 요즘은 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가족의 보금자리를 구경하러 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려요. 모두 소중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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