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유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먼지 한 톨도 버리지 않는 남자와
오로지 식물만 모시고 사는 여자가
결혼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산책을 싫어하는 반려견 가을이와
얼마 전 태어난 16개월 된 소중한 딸아이까지 합류한
단란한 네 가족이에요.
저희 부부는 중국 상하이에서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해외에서 리모델링 없이
최소한의 수고로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저희 집을 공개할게요!
상하이에 살고 있어요
저희가 살고 있는 이 집은 한국 평수 50평 정도 되는 아파트입니다.
상하이는 주로 집을 렌트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 보니 집을 꾸미는 데 다소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다행히 이 집은 벽 전체가 화이트 도장이라
소품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할 수 있겠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01
가구 배치
사계를 담다
독특하게도 이 집은 거실에 아치형으로 된 테라스가 있어요.
아쉽지만 상하이에는 산이 없어서
고층에 살고 있는 저희는
가끔 푸릇한 풍경에 갈증이 있어요.
식물을 통해 이 아치형의 공간은
계절에 맞게 시시때때로 바뀌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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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거실이 북쪽을 향해 있어요.
남향 집과는 다르게 빛이 들어오는 시간이 한시적이고
계절마다 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위치가 달라요.
빛이 들어오는 시간은 제게는 너무나 보석 같아요.
그렇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가구나 소품을
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배치하는 재미가 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저는 계절의 변화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사계절에 따라 저희 집의 모습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식물과 소품, 패브릭을 이용해
계절의 변화를 집 안으로 가지고 오는 편이에요.
02
플랜테리어
우리 집 식물원
식물은 각기 다른 자태로 각자의 공간에서
그만의 생명력을 줘요.
처음에는 예뻐서 하나 둘 데리고 왔지만,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서
식물이 주는 생명력과 힘은 실로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인간이 가진 힘은 자연 앞에선
무용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끼게 해줘요.
아이가 생기기 전 취미로 만들었던 마크라메는
식물과 합을 이뤄 값을 매기기 어려운 소품이 되었어요.
03
아이를 위해
곳곳이 알록달록
지금 집으로 막 이사 올 때는 아이 없이
저희 부부와 반려견 가을이 세 식구였어요.
그땐 대 부분의 공간을 식물이 차지했고
집의 컨셉은 빈티지에 가까웠어요.
현재는 선물 같은 딸아이가 태어나 여느 부모가 그렇듯
대부분의 공간이 아이에게 맞춰져 있어요.
곳곳이 알록달록이에요!
04
공간 구성
공간에 구애받지 않도록
역병 이전의 저희 집에는 손님들이 자주 왔었어요.
그래서 누가 와도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재는 손님들을 초대할 수 없어,
공간의 제한을 두지 않고
과감하게 인테리어하는 편이에요.
가령 소파를 여러 장소로 이동하여
공간을 분리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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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무엇을 놓아야 한다는 편견을 없애니
집의 평수와 별개로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로 인해 저희 집은 다이닝룸이나
거실의 공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05
빈티지 소품
빨간 머리 앤처럼
개인적으로 빈티지한 색감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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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번 공간을 분리하고 인테리어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럴 때는 주로 영화에서 인테리어의 아이디어를 얻곤 하는데
최근에는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이라는
시즌 드라마에 나오는 빈티지한 분위기를 많이 참고했어요.
집들이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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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는 최근에 오미크론 확산 방지로 인해
최근 두 달간 도시 전체가 봉쇄 상태였어요.
이방인으로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늘 바쁘게 일에 치여 사는 남편,
육아에 치여 웃을 여유 없었던 저,
이제 막 걷기 시작해 에너지 발산이 필요했던 딸아이,
아이가 태어나면서 주인을 뺏긴 가을이까지
애증의 두 달, 애증의 상하이였지만,
근 두 달 저희 가족에게는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이었고,
힐링의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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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배경에는 저희가 가꾸어 놓은 이 공간이 있었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며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일상 회복이 많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이곳도 곧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힘든 시기에 다들 파이팅입니다!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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