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이록이라고 합니다.
일본인 남편과 함께, 조용한 시골의 전원주택에서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 )
최근에는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꾸미기, 정원 가꾸기가 주된 취미가 되었어요.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또 유튜브 영상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릴 때도 있어요.
인테리어가 시작된, 도쿄의 3평 방
도쿄에서의 유학 시절, 3평 정도 되는 작은방에서 자취를 하면서부터 ‘내 공간’을 꾸몄던 것 같아요. 그때는 돈이 없어서 모두 싸구려 가구에, 특별한 건 없었지만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그때그때 찍은 사진들을 벽에 붙이고 추억이 담긴 방을 만들었어요.
지금 집은 도쿄의 3평 방보다 훨씬 넓은 데다, 정원까지 있고, 비싼 가구들을 사용해서 꾸미게 되었지만 결국엔 ‘추억이 담긴 집’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요즘에도 쓰던 물건을 고쳐 새 물건으로 만들고,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찍은 사진을 집안 곳곳에 붙이며 이 집에 쌓인 손길과 추억들을 계속 더해나가고 있답니다.
평생 살 집이니까
허물기 전의 집
신혼집을 찾으면서부터, 저희는 평생 살 주택을 찾고 있었어요.
아주 어릴 때 할머니, 엄마, 아빠, 삼촌, 남동생까지 대가족으로, 예쁘진 않지만 손님방도 있었던 주택에서 살았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였을까요? 평생 살 집이라면 ‘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찾은 집은 작은 정원이 있는 낡은 주택이었는데요. 리모델링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오래오래 살 집이기에, 조금은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새로 짓기로 했어요.
집 짓는 중…
이왕 새로 짓는 거, 특별하고 독특한 모습으로 짓고 싶단 생각도 했지만 잠깐 즐겁다가 말, 언젠간 익숙해져 버릴 특별함보다 ‘살기에 편안한 집’으로 컨셉을 잡고 꾸몄어요.
보기에만 좋은 집이 되지 않도록 집의 활용성, 편리함에 많이 신경 썼고, 내추럴하면서도 따뜻하고 우리를 닮은 색깔이 분명한 인테리어했습니다. : )
한이록의 시골집
저희 집은 집 앞에 4대 정도의 차가 들어가는 넓은 주차장과 작은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이에요.
1층에는 주방, 다이닝룸, 거실이 오픈식으로 지어져 있고,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 방이 있어요. 또 일본식으로 욕실, 화장실, 세면실이 각각 분리되어 있습니다.
2층에는 침실, 옷방, 만화방이 있어요 : )
그럼 저희 부부가 소중하게 꾸민 저희의 시골집으로 가보실까요?
거실
자, 그럼 거실로 가볼게요.
이 문은 거실로 들어가는 중문이에요. 딥 브라운에 곧은 결 무늬의 원목 외판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조화를 이뤄 멋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에 반해서 선택했어요.
원목 외판의 결이 입체적이라 숨 쉬는 나무 같기도 해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질감이 이 문의 매력이에요.
사실 거실에는 TV를 두지 않으려고 했어요. 대화를 많이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거실’이라는 공간은 우리 부부만의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손님과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또 언젠간 아이와 함께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TV를 놓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커다란 소파와 러그도 깔았어요. (괜한 고민을 했다 싶을 만큼 티브이를 보면서 할 수 있는 대화가 정말 많더라고요.)
소파는 처음부터 큰 소파를 두고 싶어 둘이 누워도 편할 만큼 큰 소파를 찾아봤는데 의외로 저희 집에 맞는 ‘큰 사이즈의 소파’가 잘 없더라고요.
지금 둔 소파는, 어렵게 찾아낸 건데 등받이 부분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어서 상황에 맞게 사용하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희에게 거실은 ‘저녁 먹고 쉬는 공간’이라서 편안한 분위기가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목 디자인의 TV 장과 라탄 수납장을 놓았습니다.
이 라탄 수납장은 시부모님께서 신랑의 어린 시절부터 쓰시던 가구에요.
너무 깨끗하게 잘 쓰시고 보관해 두신 걸 받아쓰고 있어요. 특별하고 소중한 가구죠. : )
수납장에는 게임기, 디브이디, 트럼프 카드 등 거실에서 즐길 수 있는 물건들을 수납해두었어요.
거실에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 공간은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문을 달았어요. 여러 가지 청소 도구와 청소기처럼 자주 사용하지만 수납하기엔 어려운 물건들을 넣어두었어요.
부엌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거실과 연결되어 있는 부엌을 보러 갈게요. : )
부엌과 다이닝룸은 거실과 오픈되어, 카운터 구조로 되어 있어요. 생활 동선에 맞는 심플한 구조가 편하고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구성했어요.
이 구조의 장점은 조리 과정이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다 된 음식을 카운터에 올려두고 식탁에서 받아 가기 좋다는 거예요. 그리고 소품이나 물꽂이 한 식물로 인테리어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답니다!
특히 많은 손님이 왔을 땐 어디에 있든, 오픈 된 거실과 주방 덕분에 모두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부엌의 조명은 모양과 크기는 같지만 디자인이 다른 버블, 투명, 불투명 유리로 된 펜던트로 언밸런스하게 늘어뜨려 어지럽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했어요.
부엌 안쪽으로 가볼게요! : )
보시다시피, 레인지는 부엌 깊숙한 안쪽에, 싱크대는 테이블이 있는 쪽에 두었어요. 이렇게 해야 부엌으로 음식 냄새나 연기가 바로 가지 않거든요. : )
다음으로는 부엌에서 묵직함을 잡아주는, 식기장을 보여드릴게요.
이 식기장은 주택 건축회사에 의뢰해 주문 제작된 식기장이에요. 식기 수납함, 와인 렉, 밥솥 선반, 쓰레기통 수납장 역할을 할 수 있어, 아주 활용도가 높아요.
식기장에 사용된 원목은 옹이가 없는 깨끗한 디자인으로 다크 브라운을 입혀 묵직한 느낌이 들면서도 심플한 분위기가 돌아요. 손잡이는 직접 발품 팔아 구입해왔어요.
식기장이나 부엌의 다른 공간들은 조금 심플하지만, 주방 벽지나 바닥에 무늬를 사용해서 빈티지하고 개성 있는 주방이 완성됐어요.
마지막으로 부엌의 구석에 있는 펜트리를 보여드리고 다른 공간으로 가볼게요!
팬트리 입구는 아치형 문으로 짜서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요. 공간 안쪽은 윌리엄 모리스 벽지로 포인트를 줬어요. 주머니와 와인글라스 거치대는 생활하면서 직접 설치했습니다. : )
취미방
다음으로는 거실을 지나 있는 취미방으로 가볼게요.
여기는 그림을 그리거나 유튜브 영상물을 만들기도 하고 책도 보고 음악을 듣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사용하는 공간이에요.
벽면엔 홈센터에서 구입한 나무 막대를 달고 원목 책상과 빈티지 디자인의 조명으로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해보았습니다.
취미방에 나있는 큰 창은 야생화 자수가 들어간 레이스 커튼을 달아 가렸어요. 공간에 시원하고 한적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것 같아요. : )
책상 옆 낮은 선반은 원하는 색상의 페인트를 구입해, 직접 칠해서 만들었어요. 취미에 관련된 책, 자주 꺼내 쓰는 다이어리, 스피커와 식물을 올려 두기도 하면서 사용하고 있어요. : )
한쪽에는 철제 캐비닛과 물감 정리대를 두었어요. 이렇게 보니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취미방 같죠?
철제 캐비닛은 철제로 되어 있어서 자석 부착이 가능하고 값비싼 가구가 아니라서 사용하는데 부담이 없는 게 좋아요. 좋아하는 그림엽서와 여행에서 구입한 사진, 마그넷 제품, 제가 그린 그림 등을 붙이고 짧은 메모를 남기기도 하면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가구 중 하나랍니다.
물감 정리대는 ‘네트망’과 ‘클립’들을 활용해서 직접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보기에도 좋고, 원하는 색을 꺼내기도 아주 편리해서 좋더라고요. : )
이 방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생활 공간이라 오래도록 아껴 쓸 수 있는 좋은 제품들로,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소품, 가구, 사용하는 물건들을 많이 고민하고 구입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크게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 없지만 이 취미방은 다르답니다.
기분에 따라 페인트칠도 하고 이것저것 설치도 하면서 인테리어 분위기를 바꾸곤 하거든요. 그때그때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방인 만큼, 기분에 맞게 순간에 맞게 인테리어를 하며 즐기고 싶어요. : )
일본식 화장실
일본식 화장실을 아시나요? 일본은 욕실과 화장실, 세면실이 각각 따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건식 화장실이 일반적이죠. 많이 좁아 보이지만 불편하진 않아요. 오히려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 되어있어서 사용하기엔 더 편한 것 같아요.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을 내리면 변기 위쪽에서 물이 나와 손을 씻을 수 있어요. 수납장은 저희가 한 달 전에 직접 만들었어요. 처음으로 도면까지 그려봤는데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애를 좀 먹었답니다. 그래도 완성하고 나니 너무 뿌듯하고 이뻐서 만족하고 있어요.
세면실 안에는 세탁기와 씻고 나서 사용하는 타월, 잠옷, 속옷 그리고 세탁 바구니 등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 수납장이 있고, 멋진 세면대가 있어요. 세면대는 설계하고 디자인할 때 정말 많이 신경을 써서, 애착이 가는 인테리어 중 하나에요. : )
세면실과 욕실은 바닷속 해저를 연상하며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어요. 그래서 세면대 조명은 조개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고르고, 세면대 타일은 태양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해저 속 돌을 닮은 타일로, 손잡이는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걸로 달았어요.
여긴 욕실이에요. : )
욕실 포인트 벽은 푸른 청록색 풀 디자인으로 물속에서 일렁이는 해초를 떠올리게 한답니다.
작은 정원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저희 집의 작은 정원이에요.
집을 지을 때부터 정원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계획이 있어서 꼭 필요한 ‘담장’만 업체에 부탁했어요. 사진 속 우드 데크는 시아버님께서 만들어 주신 거예요. DIY 취미가 있으셔서 시댁 정원도 아버님께서 손수 데크며 수도며 하나하나 만드셨다고 해요. 저희 부부도 아버님의 도움을 받아 정원 펜스를 함께 만드는 경험을 해보았어요.
그 후로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로 DIY를 즐기고 있답니다. 옆집과 저희 집 사이 펜스와 벽돌 수도는 시간이 날 때마다 둘이서 천천히 만든 거예요.
애쓰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하다 보면, 언젠가 세월이 담긴 멋진 정원이 있는 집이 완성되겠죠?
그래서 작은 정원은, 그리고 집은 아직 미완성이에요. 저희 부부에게 집 짓기는 평생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르겠어요.
집들이를 마치며
저는 결혼을 하기 전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좋은 사람을 만나 이렇게 멋진 집에 정착을 하게 되었네요.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이 있다는 것은 자유로운 여행과 함께 하는 삶만큼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 단짝과 함께 여행도 다닐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집들이는 여기까지예요. 보러 와주신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저희 집에 관한 정보와 저희들의 일본 시골 일상을 인스타그램, 유튜브 영상으로 담고 있어요. 놀러 오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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