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집 근처 영어 학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보캉스라고 합니다. 보통 집에 있을 때면 낮에는 커피와 함께, 저녁엔 와인과 함께 책을 읽고 때로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덕분에 요즘은 방에서 홀로 분위기를 즐기며 생활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는데요.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공간을 꾸미는 데에도 재미를 붙여가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의 틀을 깨다
저는 부모님과 함께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쓰는 공간은 작은방이에요.
이 집에 이사 오기 전에는 벽지가 전부 하얀색이었어요. 작은방은 어두운 톤을 하면 안 된다는 인테리어 업체 측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런 편견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어두운 회색 벽지를 선택했습니다.
매일을 호캉스처럼
호텔에서의 바캉스를 즐기는 단어로 ‘호캉스’라는 신조어가 있죠? 우리가 매번 호텔로 일상을 떠나 쉬면 참 좋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잖아요. 또 막상 호캉스를 가면 이것저것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피곤함부터 쌓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내 방에서 잠깐이라도 좋으니 휴가처럼 즐기는 순간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는 생각에서 방을 꾸몄고, 또 꾸미고 있습니다.
저는 가구 배치를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바꾸곤 했어요. 정확히 뭘 추구하는지 생각이 잡히고 나니 몇 개월째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방에 애정이 생기다 보니 와이파이 공유기 이름을 제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바꾸게 되었는데, 최근에 어떤 이웃분이 엘리베이터에서 옆 사람에게 제 인스타그램을 보여주며 “아니, 이 아파트에 이런 공간이 있다고? 가서 와인 마시고 싶다. 어젯밤에 와이파이 잡다가 찾았잖아.”라고 하시더라고요.
만약 인테리어 컨셉에 고민이 많으시다면, 다양한 방을 보고 내 취향을 파악한 뒤 꾸미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테리어에도 유행이 있는데 내 취향을 배제하고 유행만 따라갈 땐 조금 쉽게 질리게 되더라고요. 하얀색과 우드가 가장 심플하고 또 덜 질리는 조합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가장 빨리 질리고 또 심심해지는 인테리어였어요. 그러니 내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다고 해서 망설이지 마시고, 꼭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
다크 그레이로 분위기 좋은 내 방
이제 본격적으로 제 방을 소개할게요. 저는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차분한 방을 원했어요. 그래서 작은방이지만, 벽지를 다크 그레이 색으로 선택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용하던 가구가 대부분 파란색이라 고민 없이 어두운 회색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다크 그레이와 파란색은 절대 실패할 수 없거든요.
또 작은방이지만 공간을 분리해서 사용 중이에요. 수납장과 책장을 기준으로 앞쪽은 앉아서 취미를 즐기는 공간, 그리고 뒤쪽은 침실 공간으로 나눠주었습니다.
취향이 묻어나는 책상 공간
방 문 기준으로 왼쪽에는 책상이 있습니다. 사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책상을 치우고 새로운 선반을 살까 했는데 책상이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더라고요. 그래서 선물 받은 대형 수건을 깔고 선반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이 전체적으로 어둡다 보니 화사한 소품을 구매하는 편이에요. 가장 좋은 소품은 사실 꽃인데 잘 케어할 자신이 없어서 조화를 구매하곤 했었어요. 그러다가 레고 플라워 부케를 구매했는데 제 방의 파란 가구와 레고의 합이 너무 잘 맞더라고요. 소품 하나로 방 전체가 화사해지는 게 너무 마음에 들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반으로 쓰고 있는 책상 위에는 TV가 있었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TV 뒤에 물건이 쌓이는 게 싫었고, 무엇보다 눈 뜨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고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새해가 되었으니 조금 다르게 살아보자 싶어 TV를 안방으로 빼고 그 뒤에 쌓여있던 물건을 싹 치웠습니다.
각종 소지품으로 채워가는 선반
선반 위에 아무것도 안 보이게 다 치우고 생활을 해봤는데, 결국 그 위에 어쩌다 한번 꺼낸 자주 안 쓰는 물건이 쌓이게 되더라고요. 이럴 거면 차라리 편하게 매일 쓰는 물건을 꺼내놓자 싶었고, 트레이를 구매해 올려두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는 약을 앞뒤로 분리해서 넣어놨고, 또 커피 말고 다른 티가 먹고 싶을 때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는 티백과 매일 아침 습관처럼 태우는 인센스를 모아놨습니다.
선반 겸 책상 아래에는 2단 선반을 두고 대학생 때부터 수집하던 안경을 보관하고 있어요. 원래는 원형 테이블 뒤쪽에 두고 쓰던 선반인데, 수납공간이 더 필요해지면서 들인 3단 선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원래 쓰던 2단은 이렇게 책상 아래로 들어갔고요.
테이블 뒤에 나와있을 때 찍어둔 2단 선반입니다. 이때는 주로 소품을 여기에 올려두고 방 분위기를 바꾸곤 했습니다.
향과 글의 시간, 테이블 공간
원래는 이렇게 우드톤의 책상을 벤치 의자와 함께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좁은 방에서 쓰기에는 조금 사이즈가 컸고, 무엇보다 책상 색이 너무 밝은 탓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방과 어울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 어두운 톤의 원형 테이블을 구매했습니다.
처음 테이블만 있을 때 찍어둔 모습입니다. 테이블 하나 바꿨다고 방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책을 읽는 시간도 늘어나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통 미세먼지가 많지 않으면 창문을 활짝 열고 인센스를 태웁니다. 그리곤 구독한 이메일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며 세상의 흐름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배우고 또 유행을 따라가곤 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만남이 거의 없다 보니 혼자 세상에 멈춘 기분이 자주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이메일 구독 서비스를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주로 다이어리에 하루 일과를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테이블에 앉을 때 주로 이렇게 옷장을 바라보며 앉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보이는 인형들이 귀여워서 자주 이쪽에 앉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책을 읽을 때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소설만 읽었어요. 소설 속 세상에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방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최근에는 조금 더 다양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설 말고도 다른 책을 같이 읽고 있어요. 저의 관심사가 잘 표현되는 게 아무래도 책인 것 같아요. 최근에 와인에 대한 책을 읽고 있거든요. 휴무날은 보통 이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나만의 와인바, 수납공간
중앙 테이블 뒤에는 이렇게 3단 수납장이 있어요. 맨 아래에는 책을 두고, 중간엔 와인과 스피커, 그리고 맨 위에는 소품을 두고 쓰고 있습니다.
원래 2단을 쓰다가 3단을 새로 구매한 이유가 바로 이 와인들 때문이에요. 와인을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크더라고요.
이렇게 와인을 소품으로 쓰니까 그냥 평범했던 방이 와인바로 변신한 기분이 강하게 들어서, 계속 예쁘고 귀여운 라벨의 와인을 찾고 있습니다.
방금 막 찍은 선반이에요. 보이시겠지만 많은 와인병이 추가가 되었는데 대부분 다 빈 병이에요. 연말 그리고 연초라는 핑계로 와인을 많이 마셨는데 와인 한 병이 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최근에 친구와 와인을 마시며 떠들다가 또 다른 병을 까서 마실 때 너무 즐거웠습니다.
주변에 와인샵을 가서 안주를 얘기하고 추천받아 적당한 가격대의 와인을 사고, 밤에 분위기를 조금 어둡게 한 후 간접 조명과 함께 와인을 즐겨보세요. 자주 와인 추천을 물어보시는데 제가 드릴 수 있는 팁은, 귀여운 라벨은 그냥 다 맛있습니다!
사방이 막힌 포근한 침실 공간
수납장과 책장 뒤에는 침대를 두고 쓰고 있어요. 조금 특이하게 침대 헤드를 밑에다가 두고 반대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식탁 위에 이불을 올리고 그 아래에 들어가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엄청 좋아했는데, 다 큰 지금도 그 아늑함이 여전히 좋아서 이렇게 침대를 반대로 두고 사방이 막힌 기분을 즐기고 있어요.
헤드가 발 아래에 있다 보니 머리 부분이 조금 허전해 베개를 둬서 아늑하고 포근하게 침대를 쓰고 있습니다.
침대 옆 향기 공간
침대 헤드 뒤 공간에는 안 쓰는 서랍장을 선반처럼 두고 소품을 올려서 꾸미고 있어요. 아마 조만간 저 위에도 빈 와인병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그 옆에는 선반을 두고 제가 자주 쓰는 향수, 시계 그리고 반지를 모아두고 있습니다. 향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점점 고르는 기준이 높아지면서 많이 구매를 못하고 있어요. 대신 최근엔 핸드크림을 자주 사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물건을 올려두는 트레이를 다르게 쓰면서 물건을 올려두고 있어요. 여름에는 우드 트레이를, 겨울에는 조금 더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는 트레이를 쓰고 있습니다.
집 소개를 마치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들 어디론가 여행을 가곤 했었는데 요즘 같은 시국엔 그러지도 못하고 많이 답답할 뿐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소소한 것들에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휴무에 맞춰 새벽 배송으로 빵을 시켜 휴무 아침부터 내 방에서 호텔 조식과 같은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고, 산책하다 들어간 마트 혹은 와인샵에서 사장님과 떠들다가 와인 한 병을 사고 나와서 소소하게 편의점에서 안주를 사고 와인을 마시며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어젯밤 먹고 남은 와인을 낮부터 식사와 함께 즐기며 책을 읽고 새로운 세상에서의 하루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찰나의 순간에서 매일 휴가 같은 삶을 찾고 있는 것처럼, 여러분들의 순간에도 휴가가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집꾸미기 BEST 집 소개 더 보고 싶다면?
▼ 놀러 오세요! ▼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