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플로리스트의 삶을 시작하려 하는 Daljungwon이라고 합니다. 3년 전, 방송 작가 일을 하게 되면서 그와 동시에 독립을 하게 되었어요. 오래전부터 독립된 삶을 꿈꿔온 저에게 8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은 숨 쉴 수 있는 아지트 같았어요. 힘든 회사 생활을 버텨낼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고, 매 순간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전경은 저를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작업실을 마련하기 위해 며칠 전 경기도 하남에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우연한 타이밍에 집꾸미기 에디터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첫 자취방의 추억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떠올리고 정리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3년간의 기록들을 돌아보면서 예쁜 순간들을 이곳에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희 집 식구들도 소개할게요. 까만 고양이 두 마리입니다. 이름은 은(silver)과 금(gold)입니다. 혼자 살아도 적적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잘 정돈된 예쁜 집에 은이 금이 가 그림처럼 편안하게 반겨주면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어요. 잘 정돈되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요.
아름다운 뷰가 펼쳐지는 우리 집
처음에 집을 알아볼 때도 “어차피 작은 집에서 살게 될 건데 초록이 보이는 예쁜 뷰를 내 정원으로 삼자”는 마음이었어요. 무조건 산 또는 강을 끼고 있고 일출 또는 일몰이 예쁘게 보이는 곳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전망이 예쁘다는 곳은 다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회사 근처에 있으면서 집값도 너무 비싸지 않고, 전망이 좋은 집을 발견했습니다. 8평 원룸이지만 답답하지 않은 구조와 깔끔한 상태도 마음에 들었고요.
인테리어 컨셉은?
무조건 “나답게 꾸미자”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좋아하는 소품들을 조화롭게 배치해 보고, 다정한 느낌이 감돌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내추럴함이 많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선호해서 나무의 결이 잘 드러나는 가구를 선택하려 했고, 곳곳에서 귀여움이 보이는 집을 원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 중 “마루 밑 아리에티”라는 작품이 있는데, 꼭 소인 아리에티의 집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간의 모든 곳에 손때가 묻은 것처럼 정성이 보이는 그런 집을 꿈꿨습니다.
중요시했던 포인트는?
아무래도 가성비였던 것 같아요. 막내작가 시절의 주먹만 한 월급으로 이러쿵저러쿵 집을 꾸미려 하니 중고마켓에 꾸준히 들어가서 서칭도 하고 각종 인테리어 소품샵 플리마켓이나 B급 상품 세일, 초특가 할인 등등을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집꾸미기에서 탁자나 유용한 욕실, 주방 용품들을 좋은 가격에 구매하기도 했어요.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는 침실
물론 원룸이라 공간이 정확히 분리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창가 쪽은 침실로 사용하고 있어요. 아주 큰 창문 밖 전경은 사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봄에는 핑크색과 연둣빛, 여름은 좀 더 푸르른 초록빛, 가을에는 붉어졌다가 겨울에는 간간이 하얀 옷을 입습니다.
또 침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곳이라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려 했던 것 같아요. 패브릭 하나만 바꿔도 새 기분이 나니까요! 그래서 이불도 자주 바꾸고, 침대 앞 보일러실 문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한 커튼도 자주 바꿨어요.
분위기 전환에는 조명도 한몫하잖아요. 이사 온 후 첫 크리스마스 시즌에 분위기를 내려고 샀던 별 모양 조명은 은은하고 너무 예뻐서 계속 달아뒀습니다.
침대 옆에는 화장대를 두었는데, 수납공간이 알찬 편이라 화장품 말고도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많이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했어요. 한때 콤부차에 빠졌던 적이 있었는데, 화장대 위에 콤부차를 발효시키기도 하고, 캣 그라스를 키우기도 했어요.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홈 오피스
화장대 뒤편에 위치한 홈 오피스입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자택근무를 할 때가 종종 있었고, 학교를 다닐 때도 대부분 비대면 수업이 많아서 업무공간은 제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어요.
대부분의 생활을 이 테이블에 앉아서 보냈던 것 같아요. 테이블에 앉아서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고,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고, 일기 쓰고 향수를 만들고 꽃꽂이를 했습니다.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하려다 보니 조금 큰 책상을 원했어요. 그래서 가로로 긴 화이트톤의 원목 책상을 선택했습니다.
평소에 형광등보다는 전등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운 좋게 빈티지샵에서 예쁜 스테인리스 전등 갓을 발견하게 되어서 책상 한구석을 예쁘게 차지했습니다.
의자는 회색과 베이지가 가미된 가죽의자를 선택했는데, 포인트는 금속 재질의 다리였습니다. 고양이들이 다리를 긁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다리 4개 중 2개는 금속으로 된 의자였어요. 고양이들이 선택한 건 의자 윗부분이었지만요.
책상 옆에는 바로바로 책이나 자료를 꺼낼 수 있는 작은 선반을 두었고, 그 옆에 잡동사니들을 잔뜩 넣을 수 있는 길쭉한 서랍장도 선반과 같은 톤의 우드 재질을 선택했습니다. 서랍장은 제 꽃꽂이의 포토존이기도 했어요. 서랍장 한쪽은 비슷한 재질의 액세서리함을 올려두었고, 아기자기하게 이것저것 올려두었어요.
밤이 되면 이 공간은 홈 시네마로 변신하곤 합니다. 빈 벽면에 빔 프로젝터를 쏴서 고양이들과 함께 영화를 봅니다.
패브릭으로 완성한 현관
현관은 집의 첫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뭔가 다른, 뭔가 꿈결 같은 느낌을 주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문에 커튼을 설치했는데, 대만족이었어요. 오고 가고 하면서 거치적거릴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있으니까요! 주기적으로 커튼을 바꿔서 새 기분을 냈습니다.
그리고 현관등과 문 옆에 비슷한 색감의 자개 모빌을 달았고, 문 위 비상구 판넬은 푸른 패브릭으로 가렸습니다. 우산꽂이는 문에 붙이는 자석형으로 효율성을 추구해 봤어요.
좁지만 알차게 쓰는 주방
요리를 많이 하는 편이라 주방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했어요. 그릇장은 반드시 분할 칸을 만들어 사용했고, 싱크대 밑 하부장도 쇼핑백으로 섹션을 나눠서 사용했습니다. 주방이 좁은 편이라 최대한 벽에 칼이나 도구 등을 붙이거나 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전자레인지나 오븐 등은 3단 수납장에 한 칸씩 넣어뒀는데, 수납장 위는 제 디스플레이 공간이었어요. 꽃꽂이를 할 때면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이런저런 인형들을 올려두고 꾸며보았습니다.
집 소개를 마치며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는 거주인의 손길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가장 그 사람 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테리어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원하는 것들을 원하는 만큼 들여오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평온함을 가득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인테리어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살고 있는 이 집도 8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답답함을 느낄 새도 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기억이 많을 수 있었던 건 가장 나다운 집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여러분만의 예쁜 집을 일구어 가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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