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F 감성의 미대 출신 디자이너 여자와 T 감성의 공대 출신 남자가 만나 5년의 연애를 마치고, 올해 3월에 결혼한 30대 새내기 신혼부부입니다.
저희는 신혼집을 전용 면적 15평 투룸의 작은 오피스텔로 정했어요. 2년 뒤에 입주 예정인 곳이 있어서 큰 시공을 하지 않아도 깔끔하고 인프라 좋은 집이 필요했거든요. 짧은 기간이지만 자취 한 번 해본 적 없는 저희는 첫 신혼집에서의 시간도 대충 보내고 싶지 않아 홈스타일링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소프트한 색감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라 크림 베이스에 브라운 톤으로 가구를 구성하고, 포인트로 블랙과 스틸 소재를 사용했어요. 그럼 시공 없이 꾸민 저희의 공간을 소개해 드릴게요. 중간중간 홈스타일링 꿀팁도 알려드릴 예정이니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집 정보
| 투룸 오피스텔 15평
| 크림 베이스, 브라운 톤 가구, 블랙과 스틸 소재 포인트
잠깐 살 집도 예쁘게
| BEFORE
처음 소개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부부는 2년 뒤에 입주 예정인 곳이 있어 큰 시공 없어도 깔끔하고 인프라 좋은 집을 우선적으로 골랐어요. 그렇게 기본적인 옵션이 들어있고, 깔끔한 지금의 오피스텔을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 집의 모습은 깔끔한 화이트톤이었는데요. 작아도 깔끔한 모습이 큰 시공을 하지 않아도 홈스타일링만으로도 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 디자이너의 홈스타일링 팁 3가지
시공 없는 홈스타일링을 하면서 제가 항상 생각하던 점 2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전세나 월셋집에서 지내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 컨셉과 취향에 맞는 구매만 해요!
가구나 소품을 구경하다 보면, 컨셉과 맞지 않지만 예쁜 제품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미 크림 베이스에 브라운 톤으로 컨셉을 잡았기에 골드 톤의 스탠드 조명이나 파란색 법랑 컵 등이 너무 예쁘고 취향에 맞아도 절대 구매하지 않았어요. 하나의 물건이 튀기 시작하면 점점 인테리어에 다른 스타일이 섞이게 될 수 있으니까요. 초기부터 이런 작은 부분들도 컨셉에 맞춰 구매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에 완성도 있는 홈스타일링으로 표현됐던 것 같습니다.
2. 수납은 기본 중에 기본이에요!
인테리어를 할 때는 항상 스타일링 할 곳을 계획하고 또 기존에 있던 소품은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해요. 특히 저는 작은 집에 살고 있기에 더욱 중요한 부분인데요. 소품을 마구 들이다 보면, 결국 생활이 불편한 집이 된답니다. 그래서 저는 시즌성 소품들도 웬만하면 시즌과 상관없이 활용이 가능할지 상상해 보고 구매하는 편이에요. 또 전용 소품 수납장을 지정해두고 그 장소가 넘치지 않게 밸런스를 조절하며 지낸답니다.
3. 조명을 활용하여 인테리어해 보세요.
적은 노력 대비 큰 효과를 내는 인테리어 아이템은 단연 조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템보다도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니까요. 특히 추천드리고 싶은 조명은 저희도 사용 중인 렉슨 미나 조명과 앤트레디션 코모 조명이에요. 무선이라서 전선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저기 사용하기 좋고 예쁜 오브제 역할도 된답니다.
| 언젠가 이루고 싶은 것
지금 집의 인테리어는 모두 마음에 들지만 한 가지 아쉬움도 있어요. 바로 모듈 소파 때문인데요.
첫 독립에 첫 신혼집이다 보니 로망과 포부는 컸고, 저는 요즘 트렌드인 모듈형 소파를 들이게 됐어요. 그렇게 3D 시뮬레이션까지 돌려가며 규격에 맞는 소파를 계획하에 구매했지만, 제 포부와는 다르게 집은 작았고… 모듈처럼 분리해서 배치를 하면 집 동선이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일체형 소파와 다름없이 구매한 이래로 쭉 같은 형태로 지내고 있게 됐답니다. 추후에 이사를 가게 되면 꼭 모듈에 대한 한을 풀어보고 싶어요!
공간 둘러보기
| 부부의 모든 일상이 담긴 거실
그럼 거실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가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이곳에서는 다양한 일이 벌어져요. 특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공간은 만능 테이블 공간인데요. 식사 시간엔 다이닝 공간으로, 재택근무 시엔 업무 공간, 저녁 시간엔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저희 부부의 대화 공간이 된답니다.
거실에서 소파가 있는 공간은 주로 퇴근을 하고 난 이후, 스탠드 조명만 켜고 남편과 함께 영화나 시리즈물을 정주행할 때 머물러요. 이곳에도 팁이 있는데, 좁은 집의 가구를 고를 높이, 투명도, 색감을 신경 쓰면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인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가로 폭 대비 높이가 낮은 소파를 선택했는데요. 이렇게 하면 소파 다리가 없고 등받이가 낮아 차지하는 면적에 비해 공간이 막혀 보이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소파의 색감은 주변과 비슷하게 골라 공간에 스며들어 보일 수 있도록 했어요. 또 소파 테이블과 사이드 협탁도 같은 맥락으로 골라서 배치해 주었습니다. 투명한 재질에 뚫려있는 구조라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고 실용성은 그대로 얻을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작은 평수의 집이다 보니 목적에 맞는 개별 공간을 만들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거실 공간을 최대한 개방하되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려고 했어요.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건 미닫이문으로 구분되어 있던 방인데요. 거실로 활용하고자 미닫이문을 없애고, 경계선을 가릴 수 있도록 기다란 러그를 깔아 주었답니다. 이렇게 다용도 테이블 공간과 소파 공간을 나누어서 쓰는 거실이 탄생했어요.
| 아일랜드 장으로 활용도를 높인 주방
입주 전 주방은 냉장고를 수납장처럼 깔끔하게 숨긴 ᄀ 자 형태의 주방이었어요. 보기에 깔끔하긴 했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엔 소형 주방 가전을 둘 공간이 애매하고, 주방과 거실이 이어져 있어 공간 분리가 안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에 아일랜드 장을 배치해 주방과 거실 공간을 분리하고, ᄃ 자 형태의 대면형 주방을 만들었어요.
아일랜드 장 덕분에 조리대가 넓어지니 요리하기도 편하고, 거실 쪽을 보면서 요리하니 개방감도 좋아졌어요. 아일랜드를 붙여 사용이 어려워진 수납장 하단 칸은 이사 시 원상 복구해야 할 본래 집에 있던 물건들을 보관해두었답니다.
여러모로 ‘잘샀다템’이 된 이 아일랜드 장은 맞춤 제작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성품이에요. 유명 업체에서 견적도 받아봤지만 이 집에서만 사용하게 될 가구에 쓰기엔 가격이 높아 보여 기성 제품을 알아보았는데요. 이 아일랜드 장은 상판도 대리석으로 변경할 수 있고, 광파 오븐과 밥솥이 짜 맞춘 듯 들어가면서 열과 습기 배출을 위한 작은 환기창까지 있어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게다가 각종 비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하단 서랍까지! 가성비와 퀄리티 모두 챙긴 아일랜드 장 찾고 계시다면 추천드려요.
결혼 후 저에게 새롭게 생긴 취미는 요리예요. 결혼 전에 엄마 밥만 먹고 자란 저는 원래 요리엔 흥미도 없던 사람이었어요. 그런 저에게도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이런 변화가 찾아오더라고요.
왜 결혼 후에 요리가 즐거워졌을지 생각해 봤는데요. 친정집은 엄마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기도 힘들었고, 어떤 용도로 쓰는지도 알 수 없어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 스타일대로 동선을 짜고 정리한 주방에선 요리가 정말 즐겁고, 성취감마저 느껴진답니다. 요리 취미가 생긴 이후로는 혼밥도 예쁘게 차려 먹게 되었네요.
| 호캉스 마니아 부부의 침실
저희 부부의 공통 취미 중 하나는 ‘호캉스 다니기’입니다. 호텔 침대 느낌을 좋아해서 국내 유명 호텔은 거의 다 가본 자칭 ‘눕눕 고수’라고 소개할 수 있는데요. 이런 배경 때문인지 저희에게는 침대가 정말 중요했어요. 일반적으로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세트로 구매해야 혜택이 많지만 프레임, 매트리스, 침구, 베개 모두 따로 알아보고 구매했을 정도였답니다. 침실은 제 SNS에서도 가장 많은 문의를 받은 공간이기 때문에 상세히 소개할게요.
먼저 프레임은 호텔 침대의 개별 독서등과 충전 포트 기능이 정말 유용하다고 느껴서, 일부러 그런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선택했어요. 거기에 더해 화장대를 모듈로 추가할 수 있고, 헤드 위쪽과 화장대 거울에도 조명이 부착된 모델이라 별도의 조명 시공 없이 아늑한 호텔식 침실이 완성되었습니다.
또 저희는 매트리스는 푹신한 걸 선호하는데, 이런 매트리스는 잘못 고르면 허리가 아프다는 단점이 있어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 끝에 구매한 씰리 매트리스는 푹신하면서도 경추 지지 기능이 있어 정말 편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침구는 구스 침구예요. 구스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써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한겨울에도 겨울용 구스 하나만 있으면 난방을 세게 틀지 않아도 포근하고, 심지어 무게는 가벼워요. 지금은 4계절용 구스로 내피만 변경하고 사용 중인데, 4계절 용도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 독특한 구조의 반건식 화장실
저희 집은 반 건식 구조의 욕실이에요. 처음 사용해 보는 구조라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일반적인 욕실보다 생활하기 편하더라고요. 추후 입주하는 곳에도 화장실은 반 건식 시공을 할까 고민 중일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빌트인 수납장이 정말 잘 짜여있어서 동선에 따라 세면대 쪽 수납장엔 수건과 화장품, 욕실 청소 도구를 배치해두었어요. 또 샤워부스 앞 쪽 수납장에는 속옷, 잠옷, 양말 등을 정리해두었습니다.
세면대 옆에는 매일 사용하는 기초 케어 제품과 치실, 면봉 등을 담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 옆으론 에어랩 거치대를 두어 샤워 후 바로 나와 머리를 말릴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방에서 하던 것보다 동선도 훨씬 좋고 드라이 후 뒷정리도 쉬워 정말 만족해요.
| 메탈 선반으로 알차게 쓰는 알파 공간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베란다가 없어서 보통 화장대나 행거를 설치하는 알파 공간에 베란다를 만들어 주었어요. 이곳에는 건조기, 청소 도구, 캐리어 등 부피 큰 짐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메탈 선반을 들였더니 수납공간을 더욱 알차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좁은 베란다나 정리가 쉽지 않은 창고 공간이 난감하시다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메탈 행거를 활용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 신혼부부의 공간, 현관
현관 복도는 가장 신혼부부 티가 많이 나는 공간이에요. 저희 부부는 결혼사진을 큰 액자로 인화하지 않았는데요, 신혼의 알콩달콩한 느낌은 5년간의 연애시절에 찍었던 사진들을 인화해서 현관문에 붙여두는 걸로 대신해 주었습니다. 근사한 결혼사진보단 오히려 이런 포인트가 더 자연스럽고 귀여운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요.
짧은 현관 복도에는 수납장 하나만 배치하고 외출 및 귀가 시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향수, 차 키 등을 두고 사용 중이에요. 그리고 박태기 나뭇가지와 작은 고목 조각을 두어 공간을 풍성하게 연출해 보았습니다.
이처럼 많은 물건을 두기 비좁은 공간에 자연물 소재를 사용하면 큰 효과가 나더라고요. 직선 위주의 가구와 공간 안에서 자연물의 질감과 곡선이 다채로움을 주어서요. 혹시라도 해가 잘 들지 않는 공간이라 식물을 두기 어렵다면, 나무 오브제를 활용해 보시길 추천해요. 조화처럼 인공적인 티가 나지도 않고 가격도 저렴하거든요.
집들이를 마치며
집은 ‘온전한 나’라고 생각해요. 예쁜 인테리어가 아닐지라도 각자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멋지지 않은 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저 예쁜 소품이 많으면 집이 멋지게 꾸며질 줄 알았는데, 살고 있는 나라는 사람에 맞춰 구성할 때 더 만족스럽고 멋진 공간이 되더라고요.
집을 부동산, 투자 가치로만 보던 저희 남편은 저와 함께 공간의 변화를 경험하며 집을 대하는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그렇게 저희 집은 지금도 점점 더 우리를 반영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미완성이라 더 기대가 가득해요. 이 작은 집의 이야기를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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