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이와 자연이 함께 자라는 전원 주택에서 사는 플로리스트이자 주부입니다.
저는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해요. 예전에 포르투갈에서 한달 살기하면서 ‘최소한’의 짐과 살림으로 살아보았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았어요.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집을 보자 ‘아, 그동안 내가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라이프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반복된 기쁨’ 덕분이었어요. 집을 가꾸고 나면 뿌듯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경험이 반복됐거든요. 아마 그 시간들이 저를 집꾸미기의 세계로 인도했던 것 같아요.
집 정보
이 집은 2015년에 지어진 3층 단독주택이에요. 각 층별로 15평 씩, 총 45평으로 이루어졌어요. 1층에는 주방과 거실, 화장실이 있고 2층엔 부부 침실, 아이방, 화장실이 있어요. 3층은 다락방이랍니다.
이 집을 고르게 된 이유
결혼을 하고 쭉 아파트에서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에게 자연에서 자라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전원 주택에서 살기로 마음 먹은 뒤로, 젖먹이 아이를 안고 몇 년 동안이나 땅과 집을 보러 참 많이도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때 그렇게 발품을 판 덕에 훗날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집이 나타났을 때, 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 거 아닐까요?
다른 집과는 다르게 이 집은 처음 봤을 때부터 머릿 속에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침대는 여기에, 소파는 여기에 두어야겠다하고요. 또 여름에 이 집을 처음 만났는데 창문을 가득 채우던 여름의 초록 빛 산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인테리어 컨셉
이 집은 한 층이 15평 정도로 넓지는 않은 편이라, 답답해보이지 않도록 벽을 모두 흰색으로 페인트 칠 했어요. 자연스러운 걸 좋아해서 가구는 내추럴 느낌의 원목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화이트 & 우드 인테리어가 완성되었네요.
볕이 드는 오후의 거실
이 공간은 저희 가족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이에요. 소파 방향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고 분위기가 달라져서 가구 배치를 자주 바꾼답니다.
저는 볕이 드는 오후에 이 자리에 앉아 책 읽기를 좋아해요. 그럴 때 아이는 곁에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한답니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주방
주방을 보여드릴게요. 큰 창이 있어 바깥의 녹음이 보이는 멋진 공간입니다.
주방에는 6인용 원목 식탁이 있는데요. 이 원목 식탁의 풍경은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마다 바뀌어요. 아침이면 가족이 둘러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이면 재택 근무를 하는 남편이 이곳에서 일을 해요. 또 종종 제가 커피를 마시며 한 숨 돌리고 있으면 아이가 돌아와 옆에서 숙제를 하고 그림을 그리곤 해요. 저녁이 되면 무탈한 하루를 보낸 가족들이 모여 앉아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답니다.
하루 종일 가족들의 발자취가 끊이질 않는, 저희 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에요.
휴식을 위한 안방
휴식을 위한 공간인 안방은, 침대와 협탁만 두어 간소하게 꾸몄어요.
남쪽으로 큰 창이 나있어 온 종일 해가 잘 들어서 좋지만 낮엔 사용할 일이 없어 참 아쉬워요. 나중에 집을 짓는다면 해가 잘 드는 방은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나 아이방으로 만들고 싶어요.
매주 금요일에만 열리는 ‘영화관’
저희 집에는 영화관이 있어요! 별명은 ‘씨네코하’입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온 가족이 모여 영화를 보고, 영화가 끝나면 셋이 별을 보며 잠에 드는 곳이에요.
아파트에 살 때를 떠올리자면 그때는 밤에 아이를 재워두고 영화를 볼 때, 아이가 깰까 혹시 다른 집에 민폐를 끼칠까 남편과 거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봤어요. 대화도 소곤소곤, 재미있는 장면에서도 소리 죽여 웃기 일쑤였죠. 하지만 이 집으로 이사와서 다락방을 영화관으로 꾸몄는데, 영화를 편안하게 보는 기쁨을 알게 되었어요. 생동감 있는 사운드로 영화를 보고, 웃긴 장면에서는 마음껏 웃는 그런 기쁨이요.
다락방의 지붕은 경사가 가파른 ‘박공 지붕’이라, 높이가 낮은 침대를 두었어요. 적층식 침대라 두개의 침대라 펼쳐 놓으면 킹사이즈의 침대가 되고 위로 쌓아 올리면 소파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온 계절을 만날 수 있는 아이방
아이방은 저희 집에서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에요. 봄의 연둣빛도 여름의 초록도, 노랗고 붉은 가을도, 하얀 겨울도 모두 빛나도록 아름답게 보여, 한참을 바라보고 있게 되는 마법의 방이랍니다.
아이 방에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신혼 때 사용했던 식탁을 책상으로 놓아 주었어요. 하지만 아직은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하는 것보다 1층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숙제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가봐요.
아이의 책상 아래에는 커튼을 치고 조명을 달아 비밀의 방을 만들어주었어요. 속상한 일이 있으면 비밀의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독이는 모양이에요.
파란 타일이 선명한 욕실
저희 집 욕실은 ‘건식’이에요. 세면대에는 원목을 주로 썼고, 타일은 선명한 파란 빛으로 골랐어요. 전체적으로 화이트 우드로 이루어진 이 집의 강렬한 포인트랍니다.
욕실 안에는 곳곳에 식물을 놓아서 집 어디에서나 푸르름을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집들이를 마치며!
제게 집이란 ‘가족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에요. 환기를 시키고 집 안을 정리한 후 마당을 둘러보는 매일 아침. 저녁을 먹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고른 영화를 보는 금요일. 식사를 하고 보드게임이나 블록놀이를 하는 주말. 대부분 비슷한 일상이지만 그래서 더 소중해요.
저희 가족은 벌레로 인한 불편과 관리의 번거로움을 감수할만큼 주택 살이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아파트에 비하면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요.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자랄 수 있는 나날이라 참 감사한 요즘입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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