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살림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40대 초반의 워킹맘입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다 보니 다른 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하루 2시간 정도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지내려 하는 편이에요. 차 마시기, 싱잉볼을 연주하며 명상하기 등입니다. 결국 이런 게 취미일 수도 있겠군요.
살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릇, 도자기나 가구에 무한한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쓰다 보니 욕심쟁이 같네요. 늘 배우고 싶고 궁금한 게 많아서 참지 못하고 경험해 보려 합니다.
이번 집들이는 저희 집을 2번째로 소개하는 차례예요. 이전 집들이를 통해 집의 외관, 현관, 거실, 주방 등을 소개해 드렸거든요. 이전 집들이가 궁금하시다면 글의 맨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눌러 이전 집들이를 보고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3년 동안 천천히 채워가고 있는 2층 공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모두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집 정보
| 단독주택 60평
| 모던, 동양풍 스타일
| 토지 매입 후 건축 및 시공
| 약 10억 원 소요
2년간의 건축, 3년간의 채움
| 차분함이 느껴지는 곳으로
저희 가족은 약 2년 동안 집을 설계하고 지으며 설레고 벅찬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드디어 2020년 11월 14일에 이 집에 입주했죠.
이상적인 도화지를 채우며 제가 생각한 것은 아늑함, 고즈넉함, 차분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지친 하루 끝에 돌아와서 휴식할 수 있는 집, 그런 집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그럼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저희 집의 순간들을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 라일락 나무를 통해 알게 된 것
저희 집에는 차 마시는 공간의 차경을 담은 갤러리창으로 볼 수 있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라일락 고목이었는데 조경하시는 분께서 특별히 아끼셨던 구하기 힘든 오래된 라일락 나무를 심어 주셨어요. 수형이 수려하고 보라색 꽃이 피는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황홀했습니다. 향기도 굉장했고요,
그런데 집을 짓고 입주한지 한 해가 지나고 라일락 나무가 죽었습니다. 믿기 어렵고 너무 속상했어요. 꼭 제가 잘 돌보지 못해서 죽은 것 같아 미안하고 원래 살던 곳에 계속 있었거나 비옥한 땅이 있는 좋은 곳에 갔더라면 살았을 텐데, 마음이 너무 미안하고 슬펐습니다. 원인은 과습인 것 같았어요. 제가 사는 지역은 바다가 가까운 뻘 흙이 많은 곳을 매워 신도시를 만든 곳이라 나무가 자라기에 땅이 좋지 않습니다. 바다 바람도 세고 서울보다는 온도가 낮은 편입니다.
주택 살면서 알게 된 건데 봄에 꽃이 2주 정도 늦게 피는 지역이더라고요. 조경공사를 할 때 좀 더 깊게 땅을 파서 흙을 교체했어야 했나 봐요. 땅을 파보니 갯벌 흙처럼 회색의 수분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조경해 주신 분도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둘이서 몹시 속상해하고 나무를 들어내 베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그 자리에는 흙과 배수를 보강하여 청단풍 고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해를 무사히 넘겼지만 몇 년은 안심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나무들이 튼튼히 자리 잡기까지 한 해만 더 잘 버텨 주면 될 것 같아요. 청단풍이 가을에 빨갛게 물이 들면 동양풍의 느낌이 폭발합니다. 이 모습도 좋아요. 2023년에는 단풍 시기에 급격하게 추워졌었어서 예쁘게 물들지 못했습니다.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주택살이를 하고 나서 알게 되었어요. 주택살이가 주는 묘미입니다.
공간 속, 아끼는 가구
이전 집들이에서 인테리어 노하우를 소개해 드린 만큼 이번 집들이에서는 ‘아끼는 가구’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을 꼽으려니 너무 어렵네요. 가구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 최소 반년은 고민하고 들이는 편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중에도 아래 두 가구는 제가 오랫동안 눈길을 주며 애정 해온 것들입니다.
1/ 기민석 작가님의 의자들
우리 집 인테리어의 톤엔 매너에 맞는 디자인의 의자를 일 년 넘게 인터넷에서 오프라인으로 찾아 헤매다 발견한 정말 심플한 작가님의 의자와 스툴들은 쓸 때마다 그 견고함과 편안함에 참 잘 들였다고 생각하는 가구입니다. 질리지 않고 쓸수록 정이 가는 가구입니다.
2/ 시어머님의 반닫이 장
시댁에서 구석에 존재감 없이 어머님께서 시집올 때 산 40년이 넘은 반닫이 장이 있는데 우리 집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와서 알맞은 공간에 두니 제 생각이 맞았어요. 찰떡같이 너무 잘 어울리는 거죠. 제 보물 중 하나입니다.
공간 둘러보기
| 2층 거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곳은 2층 거실입니다. 간단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처럼 가꾸어 보았어요.
2층의 색감은 1층과 통일되도록 짙은 우드 톤으로 맞춰주었습니다. 한 가지 다른게 있다면 2층에서는 타일이 아니라 강마루를 사용했다는 건데요. 덕분에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2층 거실은 한쪽에 있는 큰 장 덕분에 한옥 느낌이 납니다. 제가 원했던 고즈넉한 느낌을 내기 위해 직접 제작하였어요. 이 수납장을 모두 채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 같아요.
| 침실
다음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침실입니다. 저희 집에는 반듯한 사각형의 방이 없어요. 심지어 5각형인 방, ㄴ자의 방도 있지요. 그중 침실은 한 면이 기울어진 사각형의 방입니다. 베이 윈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면적이 안 나와서 베이 구조의 창만 만들었어요. 서쪽 창은 해 질 무렵 해가 평온하고 따뜻하게 들어옵니다. 침대가 자리하는 벽면에 직사각형의 긴 창도 만들었어요. 답답한 게 싫어서 창이 많은 방이 되었습니다.
침실의 색은 다른 곳과도 통일됩니다. 베이지 톤의 바닥 흰색의 벽 그리고 어두운 톤의 우드, 벽면 한쪽은 차가운 페인트 대신 따뜻한 나무 재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벽 한 면을 어두운 나무로 마감하였습니다.
아직은 미완성이라 침대와 아이의 책이 전부인 침실이지만 완성은 2024년 새해의 계획 중 하나입니다. 샤워를 하거나 잠들기 전 떠오르는 생각을 적거나 서치할 수 있는 작은 서재를 함께 꾸밀 예정이에요.
| 아이 방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공간은 아이 방입니다. 이곳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큰 창이 있어서 하루 종일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것이 특징이에요. 덕분에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놀이를 하며 계절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겠죠. 아직 완벽하게 꾸미지는 못한 공간이지만, 앞으로도 차근차근히 꾸며나갈 생각입니다.
| 화장실
다음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화장실이에요. 심플하고 청소하기 쉬우며 볕이 잘 들고 통풍이 되는 건식 화장실이었으면 해서 1층과 2층 화장실에는 큰 창이 있습니다. 1층은 간단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부스와 변기만 있는 두고 파우더 룸을 밖으로 빼서 시공하였습니다.
2층은 욕조가 있는데 반신욕을 좋아하는 저를 위한 공간입니다. 큰 창으로 이 반신욕을 하면서 밖의 풍경을 보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우리 집을 지을 때만 해도 주변에 집이 없어서 멀리 공원이 보였지만 지금은 우리 집을 바라보게 지은 집의 창이 바로 이층 화장실 창으로 보여서 블라인드를 늘 쳐놓게 되어 아쉽습니다.
| 베란다 겸 팬트리
베란다는 팬트리 겸용으로 활용하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물건을 수납해야 하므로 가장 심플하게 공간을 만들었어요. 각종 잡동사니를 가장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꼭 필요하고 아주 자주 쓰는 공간입니다. 저장 음식을 두는 공간, 그릇을 보관하는 공간, 각종 툴이나 약을 보관하는 공간, 청소 도구를 보관하는 공간으로 세세히 나누어져 있습니다.
종류별로 용이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싱크대 하부장, 맞춤 상부 선반, 모듈 서랍장들을 활용하여 이름표를 붙이고 분류하여 정리하였어요. 아이의 머리핀이나 문구용품 등 아주 작은 물건들을 종류별로 정리하기 위해 무인양품에서 모듈 서랍장을 구입해서 서랍마다 같은 부류의 그룹을 만들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 차 명상 룸
차 명상 룸은 저의 ‘소우주 응집체’ 같은 공간이에요. 그만큼 많이 애정하고 아끼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공간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매력을 찾아서 용도가 바뀌었어요. 동양미 물씬 풍기는 목재로 제작한 간살문을 열면 정돈이 잘 된 정원의 청단풍 고목이 커다란 갤러리 창을 통해 보입니다.
이 공간은 찾아온 손님들과 차명상을 하고 차담을 나누고 분위기를 내고 싶은 날은 가족들과 근사한 식사를 하는 곳입니다. 벽 한 쪽에 있는 수납장은 결혼 생활 동안 모아온 기물들을 정리해 놓았어요. 쇼룸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서 프레임만 나무고 유리로 제작하였습니다.
이곳에 손님이 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가 이어져요,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시간들 보다 항상 더 오래 머물다 가십니다.
집들이를 마치며
제게 집이란 소우주 같은 공간입니다. 애정 하는 기물들을 갤러리에 온 것처럼 진열하고 배치하면서 힘을 얻습니다. 공간이라는 것은 저에게 아주 많은 영감을 줍니다. 기분, 인생을 대하는 자세의 중심을 잡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지요.
또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즐거우려면 꾸준히 정리하고 청소하고 나의 스타일대로 부지런히 꾸며야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힐링입니다. 조금씩 다듬어서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작은 소우주 같은 셈이지요. 정리 정돈 청소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하나라고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아주 맞는 말 같아요. 매일매일 힐링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행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에요. 내가 노력하는 만큼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지금까지 저희 집을 구경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고 안온한 삶을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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