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차분하면서도 활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주로 마당과 식물을 가꾸고 음악 감상을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운명처럼 만난 우리 집
저희 집은 30년 전에 지어진 단독주택이고, 독립된 현관문을 갖춘 다세대 주택입니다. 실내 거주공간 평수는 20평, 마당은 10평입니다. 거실, 침실 1개, 문간방 1개, 화장실 1개로 구성되어 있어요.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보고, 극중 배경인 종로구 부암동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죠. 몇 년 간 부동산과 직거래 카페에 나오는 매물들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현재 살고 있는 다세대 주택의 전세 매물을 보게 됐습니다.
비교적 저렴했던 임대료와 잘 관리된 내부 컨디션, 그리고 마당에 산 조망까지 갖춘 집을 절대 놓칠 수는 없어, 바로 계약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또한 전세집이다 보니 인테리어 시공에 비용을 많이 들이진 않았습니다. 주방 타일 교체와 선반 설치, 침실 벽면 셀프 페인팅 등의 비용을 합하면 총 3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인테리어 컨셉은?
저는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비일상적이고 추상적인 분위기에 집중했습니다. 길 예르모 델 토로의 기묘한 영화 작품을 떠올리며, 가구와 소품, 페인트 컬러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골랐죠. 이 집이 휴식은 물론 영감을 주는 장소이길 바랐고, 손님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뮤즈, 거실
입주해서 가장 먼저 구매한 물건은 보테로의 그림이었습니다. 원래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양감이 강조된 통통한 커플이 춤을 추는 모습이 제가 상상한 거실과 어울리는 것 같았거든요.
그 후에 소파를 구매했는데, 조약돌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 덕분에 톡톡 튀는 포인트가 되어주었습니다.
소파 옆 벽에는 원목 선반을 설치했습니다. 평소 수집하는 소품과 책 등을 전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죠.
요즘은 조명 수집하는 데에 빠져있는데요,. 조명은 하나의 오브제이면서 다양한 색감의 빛을 발해 집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역할을 해주죠.
주로 쓰는 조명은 무토의 플루이드 램프예요. 모양은 패브릭 소파와의 조화를 고려해서 선택했습니다. 버섯 모양을 한 오렌지 색상 램프라, 독특한 색감으로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창가에는 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독립하면서 혼자 사는 게 조금은 적적했는지 자연스럽게 식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거든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을 집에 들이게 됐고, 주로 해가 잘 드는 거실과 침실에 두었죠.
식물들 덕분에 하루하루를 좀 더 다채롭게 보낼 수 있었어요. 주기적으로 물을 주고 변화를 관찰하고 분갈이를 하면서 매일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변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낡음 대신 개성으로 채운 주방
입주할 당시, 기존 부엌의 싱크대와 조리대는 수리가 필요했습니다. 불규칙하게 덧방되어 있는 타일이 지저분하고 전체적으로 무미건조한 느낌이 있었어요.
집주인과 분담하여 저렴하게 원목 조리대로 교체하고, 상부 수납장은 철거하여 대신 원목 선반을 설치했습니다. 자주 사용하고 좋아하는 식기와 컵, 주방 용품 등을 노출해서 보는 재미가 있게 디스플레이하고 있어요.
내 손길로 직접, 침실
안방은 톤 다운된 분위기를 원했고, 침대 머리맡의 벽면 전체를 셀프로 페인팅했습니다..
애초에 엔조 마리의 표범 그림을 걸어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림과 벤자민 무어의 바이마리너(Weimaraner)는 회갈색 벽면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는 잉가 상페가 디자인한 램프를 두었습니다.
옷장과 책상은 어두운 블랙 브라운 색상으로 통일했습니다. 덕분에 방이 더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침실에는 아치형 프레임 너머로 베란다가 있는데 베란다 창문으로는 마당 풍경을 볼 수 있어요.
베란다에는 러그를 깔고 책상을 두어 공간을 밝히는 버터 색상의 아르떼미데 빈티지 네쏘 램프를 밝히고 좋아하는 식물들을 두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어요.
공간을 알차게, 욕실
욕실은 세면대 위에 거울이 없어서 옆 상부장에 있는 거울을 대신 사용하고, 거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욕실 용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부착형 수납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세면대 옆에도 유리 선반을 설치해서 다양한 욕실 용품들을 비치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마당
10평 남짓한 저희 집 마당은 큰 공간은 아니지만, 사시사철 푸른 여섯 그루의 소나무와 봄에 피는 붉은 영산홍, 기둥을 타고 오르는 여름에 꽃을 피우는 능소화가 정말 아름다워요. 이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늘 잘 느낄 수 있어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다 보니 마음에는 늘 차분함이 깃드는 것 같습니다.
또한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들을 마당으로 옮겨 물 샤워와 일광욕을 시켜줄 수 있다는 건 식물 집사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의미죠.
집 소개를 마치며-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장소였으면 했어요. 특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스스로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을 늘 꿈꿔왔던 것 같습니다.
평범함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저희 집,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