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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가족들과 함께 ’36년 된 노후주택’을 고쳐 짓고 살아요.

권상민 에디터 조회수  

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해서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퇴사 후 가족 곁으로 돌아온 화연씨입니다:)

작년 여름, 퇴사를 고민하던 제게 시골 와서 같이 놀자고 한 아빠와 마음대로 하라던 엄마. 그리곤 그대로 짐 싸 들고 내려온 저는 지금 가장 긴 휴가를 보내고 있어요.

지금은 고양이 1마리, 강아지 3마리의 집사로 취업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화연씨의 ‘집’에 대한 기억

저희 집은 살면서 이사를 정말 수도 없이 했어요. 지금 대충 세어봐도 10번은 했으니 정말 이사의 달인이었죠.

어릴 땐 월세집을 옮겨가며 생활했는데 형편이 좋지 않았던 탓에 다섯 식구가 크지 않은 집에 함께 살았어요. 그래도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항상 저희 집이 예쁘다고 칭찬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셨던 아빠 덕분에 도배, 장판은 항상 새로 했었고, 살림을 너무 잘하시는 엄마가 그 많은 짐을 깔끔하게 정리하셨거든요. 그때부터 조금씩 관심이 생겼나 봐요.

36년 된 시골의 노후 주택

올해로 36년 된 노후주택인 저희 집은 농사를 좋아하시던 집주인 할아버지의 밭과 정미소로 쓰이던 낡은 창고가 있는 넓은 마당,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아치형 기둥과 세월이 만든 거실의 나무 천장이 인상 깊던 곳이에요.

면 소재지라 편의시설도 있고(무려 편의점..!) 아빠 농장도 가까우며, 무엇보다 강아지들이 놀 수 있는 넓고 안전한 마당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노후 주택을 고치며 생각한 것

노후주택을 산다는 건 집뿐만 아니라 세월도 함께 산다고 생각해요.

이젠 나오지 않는 마감재나 시간의 흔적들이 바로 이 집의 가치였고, 그걸 최대한 지키고 싶었어요. 가끔 지나가다 오래된 집에 흰색 새시가 끼워져 있는 걸 보면 이질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래된 흔적과 새로운 요소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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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새시는 전부 차콜로 통일했어요. 그리고 외부 마감재가 다양한 편이라 도색은 오프 화이트로 심플하게 시공했어요. 내부는 기존에 있던 나무 천장을 그대로 살리기로 마음먹어서 우드 앤 화이트로 컨셉을 잡았어요. 벽과 내부 새시는 화이트로 통일하고, 원목 가구와 나무 창틀, 원목 중문 등 우드로 포인트를 줬어요. 나무도 컬러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난잡해질 수도 있어서 나무 천장을 기준으로 전부 컬러를 맞춰 구매했어요. 원하는 색이 없을 땐 오일 스테인으로 직접 칠해서 통일감을 줬답니다:)

원래 구조
원래 구조
바뀐 구조
바뀐 구조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 화장실 2개, 침실 3개, 드레스룸과 보조주방이 있는 다용도실로 구성되어 있어요. 남향을 바라보는 거실을 방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거실 앞 베란다를 확장하고, 주방의 위치를 옮겨 큰 변화를 줬어요.

작은 욕실을 더 좁아 보이게 한 다락방도 허물었어요. 주방과 다이닝룸의 창을 키우거나 새로 뚫어서 언제든 강아지들이 있는 마당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노후주택을 사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집 상태는 훨씬 심각했어요. 단열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건물이어서 벽과 천장 전부 뜯어내 단열 작업을 했고, 보일러 배관도 부식돼서 바닥을 허물고 새로 교체했어요.

점점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변수들이 계속 나왔고, 예산은 진작에 초과했답니다…. 그래도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던 것 같아요.

현관, 집의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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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음식도 첫인상은 정말 중요해요. 무언가에 있어서 첫인상은 앞으로의 기대감과 실망감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저는 집의 첫인상은 바로 현관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스쳐가는 공간이 아닌 저희 집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곳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인테리어 컨셉인 ‘우드 앤 화이트’를 현관부터 적용해서 내부 인테리어가 연상될 수 있도록 했고, 빈티지하면서 화려한 세라믹 타일을 사용해 포인트를 줬어요.

베란다로 이어진 통로는 붙박이장으로 막아 메인 신발장을 만들고, 자주 신는 신발은 기존에 있던 나무 선반을 살려서 사용 중이에요. 전기 배전함은 나무 커버를 만들어 중문, 선반과 함께 오일 스테인으로 칠해서 이질감을 없앴어요.

천장에는 우물천장을 만들어 작은 나무 장식을 남겨두었어요.

중문은 시트지를 붙이기보단 원목으로 된 문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정말 비싸더라고요. 포기하려던 찰나 저렴하게 취급하는 업체를 찾아 일반 ABS 도어와 비슷한 금액으로 원목 문을 구매했어요. 문틀까지 원목으로 하면 틀어짐이 있다고 해서 문틀은 일반 문틀을 사용했어요.

거실, 옛것과 새것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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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들어서면 저희 집의 자랑인, 35년의 세월이 담긴 나무 천장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천장 단열 작업을 위해 떼어낸 후 다시 붙였답니다. 이걸 살리겠다고 기사님들 눈치를 봐가며 부탁했던 노력이 빛을 보게 되어 너무 행복했어요. 저희 보고 그렇게 안 봤는데 안목이 촌스럽다고 하신 기사님들… 촌스러운 걸 좋아하는 건 어찌 아시고:)

조명은 주백색 3인치 매립 등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곳곳에 전구색 펜던트 등, 벽 등, 스탠드를 이용해 포인트를 줬어요.

정남향인 저희 집은 햇살 맛집이에요. 베란다를 확장하고 통창을 만들어 그림 같은 풍경을 담고 싶었어요. 다행히 집이 대문을 등지고 있어 거실에 큰 창을 두어도 누가 훔쳐볼 걱정이 없어서 좋아요.

확장한 베란다 벽 안쪽에는 후크를 보이지 않게 달았어요. 흰 원단에 고리를 달아 만들어 걸어주면 거실이 영화관으로 변해요 🙂

여느 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거실에 소파가 없어요. 엄마가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모습을 싫어하시거든요. 그 대신 통창 앞에 당근 마켓에서 구매한 2인 테이블을 두고 그 위에 펜던트 등을 달아줬어요. 하루빨리 예쁘게 가꾼 정원을 거실에 앉아 꽃구경을 하는 모습을 꿈꿔봅니다.

방문은 미닫이문으로 시공하고, 컬러는 벽지와 맞췄어요. 몰딩, 걸레받이, 시트지도 전부 벽지 샘플북을 들고 업체에 찾아가서 가장 비슷한 색으로 시공했어요. 디자인 전공이라 그런지 색에 조금 민감해서 차이가 나는 걸 보기 힘들더라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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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방의 창살문도 기존에 있던 문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그냥 사용하기엔 너무 지저분하고 나무 톤도 천장과 조금 달라서 사포질을 하고 다른 곳에 사용한 오일 스테인과 바니시를 칠해 깨끗하게 살려냈어요.

다이닝룸, 마당과 이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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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던 상하방이 다이닝룸과 주방으로 탈바꿈했어요. 다이닝룸은 공용공간이기 때문에 거실과 이어진 느낌을 주기 위해 입구를 최대한 확장했어요.

천장에는 거실과 동일하게 우물천장을 만들고 다른 방에 있던 나무 장식을 옮겨 붙여서 통일감을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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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로 확장한 ㄱ자 창문은 저희 가족이 다이닝룸을 가장 좋아하게 만들어줬어요. 넓게 트인 창밖으로 마당을 누비는 강아지들을 언제나 지켜볼 수 있거든요.

창문 앞 목재로 만든 돌출 창대는 바깥 구경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만들었어요. 마당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여기에 앉아서 저희를 지켜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쳐요. 이것도 다른 곳과 같은 오일 스테인으로 칠했어요.

주방과 다이닝룸 사이에는 마당으로 향하는 문이 있어요. 외부로 향하는 문은 단열을 위해 전부 터닝 도어를 사용했어요.


권상민 에디터
CP-2023-0023@mystyle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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