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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씨네 거실에 들어서자 반짝이는 한강이 보였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 볼 수 있어 좋겠다.’ 생각하며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식물, 고양이, 남편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민주 씨의 눈이 한강처럼 빛났다.
집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듣고 다시 집을 돌아보자 처음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흠집이 난 가구, 쌓여있는 낡은 책과 음반, 다리 옆으로 꼬리를 감아 올리는 고양이 두 마리 같은 것들.
남편분과 영상 일을 하고 계신다고요.
맞아요. 꿈 같은 일이죠. 택시 타고 강변북로를 지날 때, 한강 쪽으로 창이 뚫린 집들을 보면서 그 안에 있을 사람들 기분을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드는 기분은 비싸고 으리으리한 집을 볼 때 드는 기분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어떤 집에 살았나요?
학교 근처의 원룸에 살았는데 창문을 열었을 때, 100미터 이상의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없는 집이었어요. 신혼집을 찾으며 많은 집을 봤는데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죠. ‘경치’가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걸 생각조차 못 했던 것 같아요. 어차피 다 비슷비슷했으니까요. 우연히 이 집을 보러 왔던 날, 눈 앞에 펼쳐진 한강 경치에 첫눈에 반해 계약했어요.
남향이라 그런지 집에 빛이 많이 들어요.
남향이 좋다는 건 알고 있는데 혹시 단점은 없을까요?
어느 공간에 있어도 빛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빛을 통제하는 장치들이 필요해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볼 수 있지만, 블루레이는 밝은 거실에선 볼 수 없더라고요. 특히 느와르(noir,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로 범죄와 폭력 세계를 다룬 영화)는 거의 보이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남향 창문엔 모두 암막 블라인드를 달았어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한국 거실의 형광등을 고려해서 아주 밝게 송출되어요. 하지만 블루레이는 어두운 극장 환경을 고려해 어둡게 색 보정이 되어 밝은 곳에선 보기 어렵죠.
남향이 주는 장점은 말할 것도 없겠죠?
인테리어는 신경 쓰지 않고 전 세입자가 쓰던 것을 그대로 썼어요. 다만 가진 짐이 많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민했죠.
남편과 제겐 각자 살 적에 모은 영화, 책, 음반 같은 것이 많았거든요. 책들을 꽂을 수 있는 책장을 맞춤으로 마련하고, 공간마다 정리하는 규칙들을 만들어서 해결했어요.
그러고 보니 책이나 영화, 음반이 참 많은데,
도서관처럼 분류가 잘 되어있네요.
주제 면에서 유사한 도서를 모아 분류하고 있어요. 인문사회학, 경제학, 여성학, 예술, 디자인, 건축, 여행, 만화. 이런 식으로요. 양이 많아지니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필요할 때, 잘 찾아볼 수 있도록 구분해뒀죠.
CD도 그래요. 재즈를 좋아해서 주로 재즈 앨범이 있는데, 키스 자렛, 칙 코리아 등 ECM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 20세기 중반에 활약한 모던 재즈 음악가 중 특별히 좋아하는 마일즈 데이시브, 빌 에반스 음반, 박성연 선생님이나 JSFA, 윤석철 트리오 등 한국 재즈 음악가들의 음반 등으로 나누고 있어요.
저희 부부는 둘 다 어렸을 적부터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쌓여 온 것들이죠. 매년 남편 생일이 되면 10여 개씩 DVD나 블루레이를 선물하곤 해요. 블루레이나 DVD에 수록된 서플먼트 콘텐츠(supplement contents, 부록)만큼 좋은 영상 제작 교과서는 없다고 생각하죠.
DVD와 블루레이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아 읽고, 찾아 들을 수 있는 곳에 배치했어요. 꺼내기 힘든 곳이나 잘 가지 않는 공간에 있으면 손이 잘 안 가니까 저희가 자주 지나다니는 동선과 가까운 곳에 있도록 했죠. ‘그 책이 어디 있더라? 그 음반이 어디 있더라?’ 하는 일은 없어요.
무인양품 CD플레이어는 음질 면에서는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언제든지 쉽게 음반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요. 부엌과 가까이 있어서 요리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틀어 두면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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