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여러 나라에서 오랜 해외 생활을 하다 귀국한 한국 생활 4년 차 디자이너 직장인이랍니다. 작년 가을에 결혼해서 행복한 신혼을 즐기며 ‘정착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뉴욕, 런던에서 지내며 치열했던 대도시 환경에 지쳐서인지 자연이 너무 좋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등산이 저의 최애 취미가 되었습니다.
집 정보
| 분리형 주택 43평
| 미니멀 스타일
인테리어를 하며
| BEFORE
이 집은 시부모님이 대가족이 함께하는 꿈을 꾸며 지으신 주택이에요. 외관으로 보면 큰 저택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프라이버시와 생활이 존중되는 분리형 주택이랍니다. 완공된 지 얼마 안 돼서 따로 시공은 해서 들어가진 않았어요. 뷰도 좋고 새집이어서 처음 입주할 때도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 아쉬웠던 점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집 바닥이 많이 붉은 멀바우 색상의 원목 플로링이었는데, 저채도의 은은한 톤을 좋아하는 제게는 부담이고 아쉬움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후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는 제게 한옥을 연상케 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바닥에 맞추어 가구와 소품을 정하며 정을 붙여가고 있습니다.
| 톤 온 톤, 그리고 간결함
저는 집을 꾸밀 때 톤 온 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나의 컬러와 톤으로 맞추되 텍스처나 소재에 변주를 주어 깊이감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또 어릴 적부터 잦은 이사로 인해 ‘짐을 늘리지 말자’가 뇌리에 박혀 있다 보니 점점 집이 미니멀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톤 온 톤 스타일링으로 차분함과 편안함을 주는 가구로 곳곳을 간결히 채워가려고 합니다.
공간 둘러보기
| 절제미가 돋보이는 현관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저희 집은 분리형 주택으로 1층에서 주차장과 현관을 통해 실내 엘리베이터로 올라오는 구조예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큰 창이 있어 빛도 많이 들어오고 뒷산이 보이는데요. 오래 머무는 공간은 아니지만 창밖을 바라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멍 때리기 좋은 공간이에요.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따뜻한 원목 플로링으로 입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만날 수 있어요.
처음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가구는 절친이 결혼 선물로 준, 양태오 디자이너의 가구 브랜드 이스턴 에디션 제품이에요. ‘서탁’이라는 콘솔로 다양한 방식으로 수납할 수 있어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수납장이랍니다. 또 하부엔 금속 선반이 들어가 있어 대비되는 물성의 조화가 돋보이고, 다양하게 스타일링 할 수도 있답니다. 타임리스한 디자인이다 보니 아마 오랫동안 저희 부부와 함께 할 가구이지 않을까 싶어요.
한지로 만든 듯한 이 조명은, 놀랍게도 파리 편집샵에서 구매했어요. 신혼여행 가서 야무지게 들고 온 아이템이랍니다. 위아래로 조명이 분리되어 있어 다양하게 연출도 가능해요. 안개꽃을 좋아하는 저에게 남편이 자주 안개꽃을 선물해 주는데요. 특히 이 안개꽃은 프러포즈 할 때 꽃길로 만들어준 꽃이라 더 뜻깊어요!
복도의 반대편 벽에 있는 것도 이스턴 에디션 제품의 거울이에요. 하나의 작품으로도 여겨지는 오브제 거울은 이스턴 에디션의 쇼룸에 처음 갔을 때 고민 없이 집에 데려온 친구였어요. 모던하면서도 절제된 한국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 대화가 많은 곳, 거실
개인적으로는 차분함과 편안함으로 꽉 찼다고 느끼는 저희 집 거실 공간이에요. ‘좀 휑하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저는 소품, 텍스처, 조명 등으로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처음부터 저희 부부는 거실에는 TV를 두지 말고 쉼과 독서를 위한 공간을 만들자며 다양한 책장도 알아봤어요. 그러다 책으로 가득 찬 벽을 상상하니 언젠간 비워내고 싶은 마음이 들 거 같아 좀 더 미니멀하고 간결한 인테리어로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가구가 많이 없고 간결한 덕분에 거실은 저희 부부에게 ‘대화가 많은 공간’이 되었어요. 퇴근하고 돌아오면 저희 부부는 소파에 드러누워 수다도 떨고, 뒹굴뒹굴하고, 멍하니 있으며 시간을 함께 보낸답니다.
| 푸릇한 풍경이 걸린 주방
푸릇푸릇한 그림이 걸려있는 듯한 뷰를 해치지 않으려고, 주방은 최대한 미니멀하고 심플하게 유지하고 있어요. 블랙 앤 화이트 주방 가구의 시크함에 원목 가구의 따뜻함을 더해 풍경이 돋보이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밥을 자주 해 먹는 편은 아니지만 식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주말에 나란히 숲을 바라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힐링 스팟인 만큼, 주방은 최대한 깔끔하게 사용하려고 하는데요. 자주 사용하는 주방 용품까지도 모두 서랍에 넣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 가벽으로 공간 분리를 한 침실
저희 집에는 방이 2개뿐이지만, 그중에서도 침실이 아주 크게 나왔어요. 그래서 이곳을 꾸밀 땐 공간을 적절히 분리하여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저희가 고안해 낸 방법은 가벽을 만드는 거였어요. 침대 헤드 방향에 가벽을 놓고 한 쪽은 침실, 한쪽은 워크스테이션으로 공간을 나누었습니다. 덕분에 침실은 더욱 편안하게, 워크스테이션은 더욱 집중이 잘 되는 자리로 꾸밀 수 있었습니다.
침실 쪽에는 거실에서 뺀 TV를 가져다 두었어요. 덕분에 자기 전에 편하게 누워서 TV를 볼 수 있답니다. 영상은 보통 짧게 틀어두곤 하기 때문에 거실이 아닌 이곳에 설치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 오픈형 행잉 옷장으로 편하게 쓰는 드레스룸
침실에서 두 중문을 지나면 욕실이 있고 그 사이 공간에 드레스룸이 있어요.
드레스룸은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하고 싶어서 3면을 도어가 없는 오픈형 행잉 옷장으로 제작했어요. 옷의 다양한 질감과 색깔로 채워질 걸 고려하여 최대한 원 톤의 깔끔한 옷장으로 제작 요청했습니다. 저희는 최대한 색깔별로 걸어 오픈형이지만 덜 지저분해 보이도록 신경 쓰는 편이에요.
| 푸른빛 에너지 충전소, 욕실
저희 집의 또 다른 힐링 스팟 욕실이에요.
욕실에서 아침에 숲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면 뭔가 좋은 에너지로 충전 받는 기분이거든요. 말 그대로, ‘숲멍’하기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이 공간 또한 전부 뉴트럴 컬러의 원 톤만 활용해서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무드가 풍기도록 디자인했어요.
집들이를 마치며
제게 집이란 안식처이자 저의 취향을 대변하는 곳이에요. 오랜 시간 해외 생활 끝에 정착하고 있는 곳이라 그 의미가 더 남다릅니다.
그럼 지금까지 집들이를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려요. 모두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을 가꾸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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