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는 70살 시골집을 매입하여 하나하나 손수 고친 30대 신혼부부입니다. 영국인 남편, 한국인 아내 그리고 고양이 큰빵이와 문무 이렇게 네 식구가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함께 살고 있어요. 저와 남편은 집에서 그림 그리기, 음악 듣기, 텃밭 가꾸기, DIY 등의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영국과 한국 두 문화를 조화롭게 녹여내고자 한 저희 오도 이촌 시골집을 소개해 드릴게요.
집 정보
| 단독주택 25평
| 전체 리모델링 : 셀프 시공, 부분 업체 시공
| 약 5,000만 원 소요
70년 된 시골집을 고치는 과정
| BEFORE
저희 집은 오랜 시간 집이 비워져있어서 거의 폐가에 가까운 모습이었어요. 그렇지만 터가 좋아 한 겨울에도 볕이 잘 들어서 푸른 대나무 숲이 아늑하게 느껴졌고, 집 자체의 분위기도 고즈넉하고 예쁘다고 느껴져서 수리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였습니다.
| 인테리어를 하며
저희는 집을 고치기에 앞서서 책, 인터넷 검색, 전시회 관람 등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고자 노력했어요. 그리고 레이저 측정기를 활용하여 집의 구석구석 정확한 수치를 잰 후에 텀블러, 플로어 플래닝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미리 도면을 그려보고 기성품의 크기를 가늠하여 좀 더 완성도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고요.
또 뼈대 시공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잘한 시공은 셀프로 진행하였는데요. 요즘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시공법을 배울 수도 있고,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꾸며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정성에 비례한 기쁨
아무래도 직접 리모델링을 하다 보니 예상치도 못했지만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예컨대 폐기물 수거 양을 줄이기 위해서 직접 하나하나 분리수거를 하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 깨부수는 일을 하루 종일 한다거나, 큰 돌을 하루 종일 부수고 옮기는 등의 일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과 힘이 드는 일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예쁜 집이 탄생했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이 집은 저희에게 더욱 뿌듯하면서도, 애정이 가는 공간이랍니다.
공간 둘러보기
| 서까래가 매력적인 거실
저희는 전체적인 집의 인테리어에 한국인 아내, 영국인 남편인 저희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녹여내고자 하였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거실은 전문가를 모셔서 서까래를 복원하고, 소위 말하는 ‘유럽 미장’을 셀프로 시공하였답니다.
또한 거실은 보온과 안전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시공을 거쳤어요. 새시는 추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다시 크기를 조정하여 전체적으로 교체를 하고, 지붕의 하중을 받쳐줄 기둥은 덧대어서 보완하고, 서까래는 그라인더로 갈아낸 후 보완하여 단열재를 입혀주었죠.
한편으로는 고풍스러운 포인트가 될 인테리어 요소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그 대표가 바로 시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직접 주문 제작한 ‘책가도 책장’이에요. 소원을 염원하던 책가도 그림의 구조를 본떠 만들어서 의미가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가장 잘 쓰고 있는 가구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거실에서 저희 부부는 LP를 듣고, 보드게임을 하는 등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해요.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고, 축구 경기를 보기도 하고요. 오전에는 볕이 본채로 들어서 평상 마루에서 간식을 먹고 낮잠을 자기도 하는 저희만의 평화로운 공간이랍니다.
| 유럽에서 영감을 받은 주방
주방의 컨셉은 유럽 여러 나라의 농가 주택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자연과 날 것의 느낌이 어우러진 모습이 좋았고, 그러한 느낌을 저희 주방에도 녹여내고자 하였습니다.
이런 컨셉을 위해 주방 시공에서는 원목 싱크대를 주문 제작하고, 에나멜 싱크볼을 어렵게 구해서 고전적인 쉐입의 수전과 함께 설치해 주었는데요. 여기에 더해 커피포트, 주전자 등 필요한 주방 가전을 넣기 위해 수제 개방형 부엌장을 짜서 시공한 후 미장재를 덮어 빌트인 느낌을 주었어요.
요리를 좋아하는 부부라 저희의 도시 집에는 그릇을 비롯한 주방 가전이 아주 빼곡하지만, 시골집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미니멀하게 수납해두었어요. 이곳에서는 텃밭에서 막 딴 채소와 허브를 활용한 샐러드, 밀키트를 활용한 음식을 자주 요리하는 것 같아요.
| 단순하고 아늑한 침실
침실은 베게 맡 대화를 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단순하고도 아늑한 공간으로 꾸미려고 했어요. 처음부터 물리적인 공간의 크기가 여유롭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리모델링 전 침실을 그대로 복원하면서,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공간으로 가꾸고자 했습니다.
간접 조명과 에디슨 조명을 활용하여 차갑고 창백한 느낌보다는 따뜻하고 은은한 느낌의 조명을 활용하고, 퀸 사이즈 베드가 꼭 맞게 들어갈 수 있도록 했어요. 머리 쪽 벽을 제외한 세 면에는 간살 미닫이문, 픽스 창, 여닫이 창을 시공하여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어요.
| 스페인 시부모님의 집을 닮은 화장실
집을 공사하기 전에는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형태였습니다. 저희의 시골집이 있는 동네에 이런 집이 몇 군데 있더군요. 저희는 아무래도 편리성을 고려해서 화장실 공간을 새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화장실의 전체적인 컨셉에는 스페인의 시부모님 댁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곳의 화장실은 유리 천장을 통해서 자연광이 들어오게 하는 구조, 동굴 벽을 활용한 욕조 및 벽면, 돌 세면대 등 자연물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었는데요. 저희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비슷한 돌 세면대를 찾아다녔고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올 수 있게 해서 산뜻한 느낌이 나는 공간으로 디자인했습니다.
| 그림의 영감이자 전시실, 별채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남편의 화실이자, 작은 전시 공간으로 쓰고 있는 별채예요. 기존의 공간은 작은 부엌, 작은 침실이 분리된 구조였지만 그대로 꾸미자니 너무나 협소한 곳이 되더라고요. 이대로는 공간을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중간 벽을 허물고 기둥을 보완한 다음 하나의 큰 공간으로 바꾸어주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남편과 저의 취미 생활로 많은 그림이 도시집 창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별채를 꾸밀 때에는 저희가 좀 더 즐겁게 취미생활을 하고 또 그렇게 그린 그림의 자리를 제대로 잡아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별채의 큰 창문 바깥으로는 정원이 한눈에 보이기도 해서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어요.
| 꿈에 그리던 로망, 정원
영국에서 살 때의 정원 생활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볕 좋은 날 정원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기도 하고, 소소하게 작물을 길러내기도 하고, 꽃을 따서 화병을 꾸미기도 하였거든요.
원래 집을 매입할 당시에는 콘크리트 땅이라 이렇게 정원을 꾸밀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비용적 부담이 있었지만, 꿈에 그리던 정원 생활과 장마철 배수를 위해 콘크리트를 모두 부수고 흙을 채워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아직은 꼬꼬마 정원사라 배워나가는 중이지만, 정원이 생긴 덕에 저희가 시골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좀 더 풍요롭습니다.
집들이를 마치며
저희 부부에게 집은 고쳐서 사는 공간입니다. 어떤 물건이든 새것이었던 때가 있기에, 결국 개인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가꾸고 고치면서 함께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집에 들인 가구도, 물건도, 집 자체도 오랫동안 갈고닦아가며 고치고 돌보며 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부부의 오도 이촌 시골집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봐 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려요.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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