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공들여 지은 집… 헉, 진짜 역대급 아닌가요?!

권상민 에디터 2023.12.24 조회수

안녕하세요, 저는 살림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40대 초반의 워킹맘입니다. 아날로그와 빈티지 물건을 사랑하지만 직업은 최첨단을 다루는 IT 업계에서 UX designer로 일하고 있어요. 넘치는 에너지를 차분하게 누르고 안온한 삶은 즐기기 위해 취미로 시작한 차 명상과 싱잉볼 명상을 부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Tea & Sound Therapist 로도 종종 활동해요. 정리 정돈은 틈나는 대로 하는 편이고요. 눈에 거슬리는 색이나 물건이 나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 오늘은 저희 가족이 지내는 따뜻한 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2년 동안 공들여 짓고, 3년 동안 차곡히 채워나가는 중인 공간들을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집 정보

| 단독주택 60평
| 모던, 동양풍 스타일
| 토지 매입 후 건축 및 시공
| 약 10억 원 소요

집을 지으며

| 2년 동안 공들여 지은 집

저희 가족은 2020년 11월 14일 새로 지은 집에 입주했습니다. 약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설계하고 집을 짓고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원하는 모습대로 지어지는 집을 보면서 피로감은 커녕 너무 설레고 벅차서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집을 지으면 10년 늙는다고 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었습니다.

| 이상적인 도화지를 채우며

처음 집을 짓고 난 직후의 집의 모습은 아주 심플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이때로 돌아가고도 싶고요. 말 그대로 미니멀 그 자체였거든요.

저는 아직도 우리 집이 완성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3년이나 살았지만 이제 겨우 1층을 거의 완성하고 2층 거실, 아이 방, 안방은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가구 하나 고르는 데 1년씩 걸리니 그런가 봐요. 전의 모습은 가장 이상적인 종이를 찾아낸 직후 채우기 전의 도화지였고 지금은 그 도화지에 하나씩 채워 나가는 과정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 노하우

| 모든 요소의 톤 앤 매너 맞추기

저는 소품이든 가구든 집의 전체적인 톤에 맞추어서 들입니다. 진정한 고수는 색을 다양하게 쓰고도 예쁘게 잘 꾸미지만 아직 저는 고수는 아닌가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행주 색은 하얀색, 주방을 덮을 때 쓰는 천은 모두 검은색, 욕실의 수건은 흰색 아니면 베이지색, 옷장의 옷걸이는 모두 회색, 분무기 하나도 흰색, 되도록이면 색이 많이 밖으로 나와 있지 않게 하려 노력합니다.

바쁜 워킹맘의 일상에서도 집안의 규칙이 쉽게 유지 되게 하기 위함인데, 이때 눈에 거슬리지 않는 물건만 구입하면 더욱 정리가 쉬워지거든요. 따라서 저는 작은 물건 하나 들일 때도 굉장히 신중하게 고민합니다.

| 틈틈이 정리 정돈하기

청소와 정리 정돈은 뿌리는 같지만 다른 행위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많은 저는 늘 바쁘게 계획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집에 들어왔을 때나 머물 때 “아 편안하다”라는 눈에 거슬리게 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늘 그때그때 정리 정돈을 해야 합니다. 너무 바쁠 때는 조금 미룰 때로 있지만 물건이 많이 나와 있으면 분주해 보이니 꼭 필요하지 않으면 숨기는 편이에요. 잘 쓰는 물건은 꺼내두되 천으로 덮어둡니다. 사실 제일 좋은 건 물건을 경솔하게 많이 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아이의 물건은 알록달록해서 집안을 정신없어 보이게 하는데 곳곳에 이동식 장난감 상자나 바구니를 두어 사용 후 정리하고 안 보이는 곳에 수납합니다. 현관에 신발은 현재 신는 것만 내어 놓고 주방은 설거지 후 마르면 수납장에 귀찮더라도 정리합니다. 싱크대에 그릇 거치대가 있지 않아요. 그곳에 쌓아 두면 깔끔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양념통들도 라벨을 모두 떼고 색을 맞추어 진열합니다.

| 갤러리라고 생각하기

아끼는 소품이 많고 예술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갤러리 같은 느낌이 집이어도 좋겠다고 생각하여 벽을 하얗게 페인트로 마감했어요. 하얀 도화지에 언제든 제가 생각하는 그림을 실현할 수 있게 말이죠.
라운드 된 벽, 반듯하지 않은 구조, 높은 천고가 갤러리의 느낌을 주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 모던하지만 한국스러운, 그리고 동양풍의

저는 한옥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현재 건강 되찾기 다음으로 꼭 이루고자 하는 소망은 작은 한옥 한 채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살아보기에요. 오래된 고택이나 구옥에서 새까맣게 바랜 나무의 색이 너무 좋습니다. 서까래가 보이는 천장도 매력적이고요. 한옥 창의 빛이 한지에 투과되어 전통 모양이 보이는 특유의 아름다운 문양들은 너무 신비스럽고 나무의 향도 좋습니다. 나무는 바라보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좋아하는 향도 우드 향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공통점을 보다 보면 곧 편안한, 살림 잘하는 엄마의 집, 세월의 흔적이 묻은 이야기가 가득한 것들로 꾸며진 공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무로 된 기물, 석재나 도자기로 된 기물 결국 이 두 가지 소재를 가장 사랑합니다. 새것보다는 세월이 담긴 물건을 좋아합니다. 그 때문인지 한국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한지의 투박하고 특유한 텍스처, 오래된 나무의 톤, 석재나 세라믹이 주는 정직함 결국 이런 좋아하는 것들과 연관된 느낌으로 집을 가꾸다 보니 고즈넉한 분위기의 집이 되었어요.

인테리어 컨셉

저희 집의 특징은 벽체가 모두 둥글게 라운딩 되어있다는 거예요. 너무 각지고 반듯한 구조보다는 유연하고 비정형스러운 모습을 갖추길 원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 네모 반듯한 공간은 화장실, 팬트리, 현관 빼고는 없답니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을 넓게 두어 탁 트인 느낌을 주었어요. 주된 재료는 트라버틴 원석과 톤 다운된 갈색 오일 스테인을 바른 목재로, 고즈넉하고 묵직한 느낌이 납니다. 새집 느낌이 나지 않길 바라며 선택했는데 지금까지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에 가구는 블랙 톤과 우드 톤으로 들여 밝은 벽과 바닥을 눌러 주어 밸런스를 주었어요.

아직 꾸며나가는 중인 2층은 1층에 사용된 원석의 베이지 톤과 목재의 우드 톤을 그대로 활용해서 통일감을 주었어요. 이상적인 도화지가 앞으로 어떻게 채워질지 기대가 됩니다.

공간 둘러보기

| 외관

그럼 집의 외관부터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 집을 보자마자 눈에 띄는 건 큰 통창이에요. 덕분에 매일매일 집 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당의 풍경도 더 잘 보이고요.

저녁에 바라본 집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외관의 미니멀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과 집 안의 고즈넉한 한옥을 닮은 모습이 만나 조화롭고 차분한 분위기가 나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바라보기 좋습니다.

| 현관 및 복도

앞서 저희 집에서는 트라버틴 타일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씀드렸죠? 현관과 복도는 타일이 가진 분위기를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작점입니다. 신발장은 바닥과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신발장을 따로 제작했어요. 그리고 최대한 심플하고 위생적으로 유지하고 싶어서 신발장에도 손잡이를 달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갤러리 창은 현관을 항상 환하게 만들어 줍니다. 최근에는 현관 아주 작은 웰컴 정원을 꾸며보았어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신발 대신 싱그런 식물이 보이길 바랐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 거실

거실에서 바랐던 로망 중 하나는 ‘높은 천고’였어요. 갤러리 같은 분위기가 났으면 했고, 답답함보다는 탁 트인 공간을 원했기 때문에 7미터의 천고 6미터의 통창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아침부터 해가 지기까지 빛의 각도와 모양이 다르게 들어와서 정말 아름답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어요!

거실은 차 명상 룸과 더불어 제가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입니다. 주중에는 가족이 모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거든요. 퇴근하고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해야 일정을 소화한 다음 이층 침실로 올라가서 잠을 자는 게 매일의 루틴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딸아이 숙제나 독서도 하고 영화도 함께 봅니다. 또 반려견 솔이가 공 가지고 신나게 뛰어노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제법 넓은 편이라 우리 딸도 강아지도 뛰어다니며 놀아요. 뛰지마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작은 대청마루가 있는데 이 공간을 무대처럼 싱잉볼을 연주할 때 씁니다. 예전에는 아이의 무대였는데 지금은 저의 무대가 되었네요. 주말에 거실은 힐링명상을 하러 오신 분들을 위해 온전히 사용됩니다.

| 주방

주방은 거실과 함께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아일랜드 식탁은 원석의 느낌을 낸 트라버틴 타일로 제작했어요. 마치 바닥에서 뽑아 올린 도형 같은 모양인데 어디에도 없는 디자인입니다.

주방 개수대는 두 곳에 나누어 설치했어요. 한 곳은 벽 쪽으로, 한쪽은 마당을 볼 수 있는 각도로 설계했습니다. 덕분에 과일이나 야채를 씻고 요리를 준비하면서도 거실이나 마당에서 가족들을 볼 수 있어요. 요리를 하는 개수대에서는 주로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개수대의 용도를 요리 전과 후로 나눈 것이지요.

주방의 독특한 점은 싱크대를 블랙으로 설치했다는 거예요. 색상은 지금도 너무 만족스럽지만, 얼룩이 남지 않는 신소재라 하여 시공했는데 얼룩 제조기가 되어버려 아쉽습니다. 깔끔한 성격에 초반에는 엄청 닦았는데 지금은 그냥 내려놓고 물기만 제거하고 있어요.

주방의 정리 팁
자주 쓰는 양념은 꺼내 두지만 모든 라벨을 제거하고 양념통의 색은 맞출 수 있는 것은 맞추려 노력합니다. 솥이나 팬은 자주 쓰지만 무거운 무쇠솥 두 개 프라이팬 하나만 꺼내두고요.

설거지는 하고 난 후 닦아서 수납장에 그때그때 정리합니다. 그릇은 되도록이면 나와 있지 않게 유지해요.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으면 주방은 금방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정리 정돈하고 치우는 공간입니다. 개수대에는 수세미 하나 주방 비누 하나 솔이 전부에요. 그릇을 널어 놓는 거치대는 사용하지 않습니다.